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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신조어 전성시대


'불금ㆍ멘붕ㆍ페친' '폭탄주ㆍ냉방병ㆍ뭉칫돈'. 위 단어들은 모두 '신조어'로 생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후자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지 오래돼 '일상어'가 되거나 아예 사전에 등재된 공식 단어이고 전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어느 시대거나 신조어는 있었다. 다만 생성 속도가 달라졌을 따름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신조어도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속도와 폭포수 같은 양으로 쏟아지고 있다.

신조어의 '생산 주체'도 넓어졌다. 과거의 신조어는 주로 언론과 학계 등 '여론 주도층'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네티즌과 마케터 등 일반인들도 누구나 신조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바야흐로 신조어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신조어는 주로 사회를 풍자하거나 문장을 줄이고 단어를 결합할 때, 기업의 마케팅 목적 등에 의해 생겨난다. 때문에 신조어는 사회에 새로운 문화를 전파하고 기업의 경영에 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과도한 상업성을 지니거나 억지로 단어를 조합한 경우 등은 듣는 이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고 심각한 언어파괴를 일으킨다는 비난도 받는다.

기업들에는 잘 만든 신조어 하나가 회사의 성장과 수익에 직결되기도 한다. 제품 이름 자체가 신조어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를 때 이른바 '대박 상품'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구글(Google)을 통해 인터넷을 검색한다는 '구글링(Googling)'이라는 단어는 10년여 전부터 널리 전파되며 이제 인터넷 검색을 뜻하는 일반명사처럼 통용되고 있다. 구글링이라는 신조어가 구글의 검색 점유율을 높이는데 더욱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현대아이파크몰 역시 신조어 덕을 봤다. 현대식 쇼핑시설과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춰 놓았으나 사람들의 이목을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가 문제였다. 이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단어가 '몰링(Malling)'이다. 쇼핑이 물건을 사는 '목적 구매행위'라면 몰링은 사고 먹고 즐기는 여가ㆍ문화생활의 총 집합체다. 살거리ㆍ먹거리ㆍ놀거리가 한데 모인 복합 쇼핑몰은 몰링 문화의 진원지로 떠오르며 곧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유통뿐 아니라 다른 각 분야 마케터들도 또 다른 '신조어의 히트'를 꿈꾼다. 하지만 단순한 단어의 조합이거나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로는 널리 통용되기 힘들다. 은어를 신조어라 할 수 없는 이치다.

말은 세월에 따라 변하는 유기체이지만 사회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널리 쓰이는 신조어를 만드는데 시대적 통찰과 현상의 맥을 짚는 깊은 안목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신조어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외계어'가 될지 시대상을 함축하는 '키워드'가 될지, 필자와 같은 기업인들에게는 고민거리인 동시에 창작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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