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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물가를 놓고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급속하게 올라가는 현실을 감안해 큰 폭으로 전망치를 끌어올리면서도 정작 '마(魔)의 수치'로 불리는 4%는 찍지 않았다. 4%를 넘긴다는 것은 곧 한은의 물가 '수속 범위'를 넘어선다는 얘기인데 마지막 순간까지 3%대에서 묶어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한은은 13일 '2011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9%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상반기 4.3% 오른 뒤 하반기에는 3.6%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보다 각각 0.6%포인트, 0.3%포인트 올린 수치다. 이상우(사진) 한은 조사국장은 "글로벌 과잉 유동성과 중동 정정불안에 따른 유가상승, 구제역 파동과 이상기후에 기인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유가상승과 구제역 파동이 소비자물가를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학 등록금과 공공요금 동결, 정유사들의 가격인하 등 정부의 미시적 가격억제정책은 0.4%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정유사들이 3개월간 리터당 100원씩 인하한 조치는 2ㆍ4분기에 소비자물가를 0.2%포인트가량 끌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거꾸로 정부가 억누른 각종 요금 가격이 일시에 폭발할 경우 물가가 하반기에 다시 급등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했다. 한은은 특히 근원물가가 상반기 3.1%에서 하반기 3.6%로 큰 폭의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국제유가와 농축산물 가격상승 등 공급 측면의 물가충격이 수요측면으로 전이되면서 근원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연말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 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임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물가안정 목표치 상단인 4.0% 이하로 맞추기 위해 물가압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4.5%)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IMF는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를 전망하다 보니 채소 경지면적 증가 등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5%로 유지했다. 이는 IMF의 전망치와 같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치 4.6%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년 전망치는 4.7%에서 4.8%로 소폭 상향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민간소비는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저하를 감안해 증가율을 종전 4.1%에서 3.5%로 하향했다. 반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주택건설과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종 호조에 힘입어 6.9%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종전 전망치인 180억달러보다 축소된 110억달러로 전망했다. 세계경기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유가급등으로 수입액이 크게 늘어 흑자폭은 감소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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