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혹은 극심한 경제 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지칭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지난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로서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인 720만명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 거대한 인구집단이 노년기에 진입하면 세수 감소와 재정악화, 부양부담 증가 등 사회경제적 문제가 대두되고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바야흐로 수명 100세 시대에 진입한 현실에서 베이비부머 당사자들 또한 늘어난 노년기 삶에 불안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무성하다. 고학력·산업화 이끌어낸 주역 대중매체들은 베이비부머들이 자녀교육 등 당장의 경제적 필요 때문에 노후에 대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고 직장일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들이 소득이 끊기고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남아도는 은퇴 후 삶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무성한 논의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가지는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베이비부머 당사자 및 사회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이들이 저출산 고령화시대의 소중한 사회적 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데이터 없이 너무 부정적 시각만이 팽배해 이들 세대가 가지는 강점과 자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최근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은퇴설계 지원센터가 공동으로 베이비부머에 대한 전국규모의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체로 베이비붐 세대 당사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은퇴 후 삶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약 42%가 현재 행복하다고 응답하고 불행하다는 응답은 5.5%에 불과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자원봉사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꾸준히 참여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를 경험한 첫 세대이지만 90% 이상이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직업만족도 또한 높다. 중년이 됐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이미 늙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긍정적 태도와 발달적 잠재성이 높은 특성을 보인다. 과밀 세대로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도전하며 살아남은 세대로서 가지는 특이성인 것으로 보인다. 일은 생계수단의 의미를 넘어서서 자신의 꿈과 가치를 실현하는 창구의 의미를 가지며 은퇴 후에도 사회에 기여하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 또한 강하다. 약 1/4 정도가 '은퇴 후에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수 있을까'를 노년기 삶에 있어 가장 염려되는 사항이라고 응답하고 있어 건강이나 경제적 문제에 대한 우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은퇴준비는 돈을 모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짐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체계적 교육을 받은 첫 세대로 3/4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 산업화를 이끈 주역으로서의 자긍심과 노력의 열매인 성취감의 경험을 가진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전반적 삶의 양상은 부모세대인 현재 노인들과는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보유한 이러한 인적ㆍ사회적 자원을 고려해 볼 때 노년기에도 잘 통합된 건강한 모습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후 사회 기여 시장 창출을 단 이러한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ㆍ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직업 중심적 삶을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이 주된 직장으로부터의 퇴직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다각화와 유연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노년기 생산성'의 의미를 경제활동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기여'를 포괄하는 의미로 재 개념화하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베이비부머 당사자들의 노력도 중요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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