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출범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발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과위의 위상을 좌우할 예산 배분ㆍ조정권, 연구개발(R&D) 조정권을 놓고 부처 간 물밑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국과위가 '허울뿐인 컨트롤타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국과위는 현재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 R&D 예산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국과위가 예산배분 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예산 편성과 배분은 재정부만의 고유업무로 국과위의 역할강화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 확정된 국가과학기술법 시행령에는 예산배분 조정권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향후 재정부와 국과위 간 다툼과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과위의 역할확대에 대해 지식경제부의 반감 기류도 만만치 않다. 주요 국가 R&D사업은 지경부가 책임지는 것이지 국과위가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국과위는 과학연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방향성만 제시해야지 자원배분과 통제를 위한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책중복에 따른 옥상옥 조직이라는 '국과위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국과위의 핵심 기능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이관되지만 실제 R&D예산을 배분 조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교과부 및 지경부와 중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존 부처와 국과위의 역할규정이 애매모호하게 돼 있고 관련부서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표면적으로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지만 부처 간에 중복되는 R&D정책을 조정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허울뿐인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과위가 올 상반기 출범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올해가 아닌 내년에, 오는 2013년 국가연구개발 예산부터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국과위가 제대로 자리도 잡기 전인 내년 12월 대선 이후 2013년 새 정부가 출범하게 돼 정부 조직개편을 시도한다면 국과위의 운명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 때문에 이미 관가나 과학계에서는 국과위가 한시조직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국과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각 부처가 국과위의 힘을 빼고 있어 국과위가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들 것 같다"면서 "사실상 허울뿐인 조직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과학계의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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