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유럽발 '부도 도미노'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1일 벨기에 브뤼셀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모였지만 서유럽과 동유럽간 현격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쥬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는 EU 특별정상회담에 앞서 "EU 내 동유럽 회원국들에 대규모 구제금융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EU 동유럽 회원국들이 최고 3,000억 유로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의 동유럽 회원국을 상대로 한 수십억 유로의 구제금융 계획안을 거부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헝가리의 급박한 상황을 다른 나라의 상황과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EU 회원국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구제방침도 사례별로 강구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 기구의 추가 지원을 위한 자금도 속속 발표됐지만 필요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전 주말 세계은행과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유럽투자은행(EIB)은 향후 2년 동안 245억유로(310억 달러)를 동유럽 국가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이젤 랜들 캐나다왕립은행(RBC) 애널리스트는 "서구 은행들의 동유럽 대출규모가 1조7,000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껌 값 수준"이라고 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최근 긴급 대출재원을 현재의 2,5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로 두 배 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의결권과 연결된 자본금 분담액이 거론되지 않아 이 달 열리는 G20재무장관 회담에서야 재원 확충 문제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판단이다. IMF는 이날 적게는 10개국, 최악의 경우 16개국이 부도 위기로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도 공개했다. IMF는 우크라이나의 재정 적자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164억 달러를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파키스탄에 8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루마니아 역시 100억 유로(126억 달러)의 자금을 IMF 등에 요청한 것으로 추산되는 등 추가 규제금융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동유럽 일부 국가들의 경우 경제 위기에 따른 통화 가치 하락이 채무상환 비용을 끌어올리며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후 폴란드 통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 48% 폭락했다. 통화가치가 떨어지자 이들 정부는 공공 지출을 줄였고 이로 인해 사회적 안정망이 훼손, 각국에서 소요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기존 정권이 붕괴, 변경된 나라도 라트비아ㆍ아이슬란드 등 2개국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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