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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남 탓하는 4수생

국민연금 총괄 복지부가 수익률 부진 요인으로

기금운용위원 탓하는 건 직무유기 가리려는 면피용

운용체계 개편 성공하려면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 4수(四修)에 뛰어들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서로 다른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세 차례 국회에 제출하며 나름 의지를 보였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묵은 숙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정부가 법 개정으로 이루려는 목표의 상당 부분은 의지만 있다면 법을 고치지 않고도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문제점으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가입자단체 위원들의 전문성 결여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기금운용체계 개편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금운용위를 1년에 4~6차례만 열었다. 사전에 충분히 안건을 설명하고 자주 회의를 열어 가입자단체 대표들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소홀히 했다. 문제가 있는 가입자단체나 인사를 끌어들인 것도, 최소한의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기 동안 '전임 위원'으로 참여하도록 제도화하지 못한 것도 복지부의 책임이다. 이는 세계 금융·자산 시장의 변화에 맞춰 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했고 최근 수년간 운용수익률 하락에 일조했다.

그런데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남만 탓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복지부가 법 개정에만 집착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씩 회의를 여는 등 운용위를 충실하게 운영해왔다면 현행 제도에서도 가입자단체 대표들이 준(準)전문가가 됐을 것이다"(이찬진 기금운용위 실무평가위원)라는 비판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복지부가 "기금 운용수익률을 연평균 1%포인트 높이면 보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재정안정 효과가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공감은 덜 간다. 전문가 위주의 기금운용위 운영,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필요성을 설득하는 논리로 다가오는 측면이 더 강하다.

물론 복지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다.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틈만 나면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자"고 주장하거나 국민연금액을 올려줄 궁리만 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2,122만명에 이르고 지난해 약 359만명에게 13조원이 넘는 연금(장애·유족연금 포함)을 지급했다. 제도가 도입된 지 27년밖에 안돼 급여를 받는 사람보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훨씬 많아 적립기금이 500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와 투자수익이 쌓인 덕분이다.



하지만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낼 만한 18~64세 인구가 오는 2018년 3,538만명을 피크로 2030년대 초반 2,900만명대로 떨어지면서 상황은 빠르게 뒤바뀐다. 국민연금 지급액과 수급자는 2030년 89조원(780만명), 2040년 212조원(1,194만명), 2050년 412조원(1,560만명), 2060년 655조원(1,685만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낸 보험료의 평균 1.8배를 받는 구조적 문제점까지 더해져 자구 노력을 안 하면 당기수지 적자가 2050년 104조원, 적립기금을 다 까먹는 2060년 394조원으로 폭증한다. 9%인 현행 보험료율을 미리 올리지 않으면 2060년 655조원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22%로 올리거나 상당 부분 세금에 기대야 한다.

정부는 전문가·가입자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마이너스 국민연금기금'이 되지 않게 장기 재정목표를 세우고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 운용수익률 제고 방안에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함량 미달 개혁'으로 끝난 공무원연금과 이를 따라가려는 사학·군인연금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의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청사진을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의 직무 유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 없이 추진되는 법·제도 개편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성공하기도 어렵다.

/임웅재 논설위원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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