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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much do I have to pay for Wibro(와이브로 쓰려면 얼마나 드나요)?" "If you use 30GB, it's 19,800 won a month(한 달에 30기가바이트 쓰실 경우 1만9,800원씩 내시면 됩니다)." 13일 이태원의 외국인 전문 KT 대리점을 찾은 나이지리아 출신'세니' 씨는 직원으로부터 영어로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에 3년째 거주 중인 그는 "영어 상담원이 없는 곳에서는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이곳은 참 편리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문을 연 KT 이태원매장의 고객 중 절반이상이 외국인이다. 이를 위해 KT 이태원 매장에선 독일에서 10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류중욱 본부장과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어 회화까지 가능한 차은수 사원이 세계 각국의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외국인 매장을 찾는 외국인들은 한국인들보다 유난히 꼼꼼하다. 류 본부장은 "외국인 방문객들은 한국사람들처럼 빨리 개통해달라며 이용약관 등을 대충 읽어 넘기는 법이 없다"며 "돈 쓰는 문제에 대해선 정말 꼼꼼하다"고 전했다. 외국인 방문객 한 명당 상담 시간은 한국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길다. 또 다른 특징은 인내심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의 경우 매장을 찾아와 조금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외국인 방문객들은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오히려 바쁜 직원들을 배려해준다는 것. 류 본부장은 "특히 독일인들이 매너가 좋다"고 말했다. 언어와 국적이 다르다 보니 생기는 해프닝도 많다. 하루는 매장을 찾아온 미국인에게 영어로 인사를 했는데 어눌한 한국어로 계속 대답해 직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 핸드폰, 4개월 후에, 없어져요?"라는 미국인의 말을 직원들이 힘겹게 알아들은 후 알고 보니 그는 4개월 후 미국에 잠시 다녀와야 하는 연세대 한국어학당 학생으로,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싶어서 일부러 영어를 쓰지 않았다는 것. 지난 5월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 수는 118만명으로, 이중 90만명 이상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해 불편해하는 점은 휴대전화 할부구매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KT는 지난달 거주자ㆍ재외동포ㆍ영주권자만 가능했던 휴대전화 할부구매 범위를 외교ㆍ공무ㆍ연구 등 비자 소지자에게까지 확대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꼼꼼한 외국인들은 데이터 정액요금제를 이용하면서 남은 용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자주 제기하는 편이다. 모국과 한국의 이동통신 가입 절차 등이 달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매장에 마련된 영어 안내책자 덕에 큰 문제는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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