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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25일] 盧 前 대통령을 애도하며

지난 23일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역경을 딛고 대통령에 올랐던 노 전 대통령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였으며 최선을 다하면 누구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러기에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운명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커다란 충격과 비통함에 빠져 있다. 역대 정권을 거쳐 오는 동안 제대로 그 공과를 평가를 받은 대통령이 없었다. 급기야는 전직 대통령의 자살까지 몰고 온 우리의 자화상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누구보다도 '도덕성'을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이 뇌물혐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좌초하고만 현실을 우리는 그저 애통해하고 있을 뿐이다. 얼마나 그 고통이 참기 힘들었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차라리 떳떳하게 법의 심판을 받을 수는 없었을까. 연민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정치개혁·도덕성의상징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에도 불구하고 5년 임기 동안 민주주의 착근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기존 정치ㆍ경제체제를 개혁하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는 진실 여부를 떠나 정치개혁과 도덕성의 상징인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희망돼지 저금통'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이 각인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실행과정에서 보여준 아마추어리즘, 편향된 코드인사 등의 논란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한 사회상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다. 주류에 끼지 못하는 이단아로서 끝없는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은 먼 훗날의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가져올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파장이다. 벌써 여야는 현재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화합이 필요한 시점에 정치권이 또 다시 대립과 분열을 보인다면 국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정부 여당은 국민을 위한 책임있는 정치를 구현해야 하며 야당은 건전한 비판을 통해 정부의 독주와 일탈을 견제해야 한다. '국민 신뢰받는 검찰' 거듭나야
그리고 검찰은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객관적인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법 앞에 지위고하가 있어서는 안 되며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된 뇌물수수 의혹을 해소해야 하며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살아 숨 쉬는 권력'에 대해 적당히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또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자신을 추스르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혐의점을 미리 언론에 공개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언론플레이 수사방법도 문제가 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언론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피의자들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내사 중인 내용을 사전에 누출시켜 무차별적으로 파상공격을 했던 일부 언론들의 행태는 비민주적이고 비도덕적임에 틀림없다. 국민의 감시와 언론의 균형감각을 통해 언론의 자정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이 쌓은 업보와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노 대통령의 말 속에서 '올바른 삶'과 '명예로운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부디 현실의 멍에를 훌훌 벗어던지고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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