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3월 13일] 이상한 IT정책

우리나라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는 ‘통신투자 확대 전담반’이라는 다소 생소한 조직이 있다. 통신업체들의 투자를 점검하고 독려하는 곳이다. 과거 개발연대에서나 있을 법한 조직이 왜 방통위에 있는 것일까. 어찌 보면 경기침체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방통위는 지난 2월 초 올해 통신업계의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부랴부랴 전담반을 만들었다. 투자를 줄이려는 대형 통신업체들에 직간접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다. 전담반은 이미 한 차례 회의를 갖고 통신사업자들이 밝힌 올해 투자 규모에 근거해 월별 이행 계획까지 챙기고 있다. 막무가내식 투자 독려 역효과
방통위의 이 같은 통신업체 압박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투자확대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26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규모를 6조6,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늘리고 이 가운데 56%를 상반기에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35만명에 달하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기하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통해 불황을 극복하려는 뜻은 이해가 간다. 정부가 됐든 기업이 됐든 누군가는 먼저 나서 투자의 물꼬를 터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의 투자 독려를 보면 다소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통위는 통신업체들이 올해 밝힌 투자 규모를 월 단위로 계획을 세워 집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연간 투자 규모의 56%를 상반기에 집행하라고 재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업체들의 투자는 서비스 로드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업체들은 시장의 성숙 정도를 봐가며 그 상황에 맞춰 투자를 조절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조기에 집행하라’는 것은 투자만 이뤄지면 개별 기업의 투자 효율성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한 상태에서 조기 투자를 강행할 경우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통신망 구축 규모가 업체들이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문제는 더 있다. 개별 기업들에는 투자를 재촉하면서 정작 정부는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있다. IT산업은 일반 제조업보다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훨씬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IT서비스업의 매출 10억원당 고용인원은 6.2명으로 제조업(0.6명)의 10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정부 부처의 정보화 예산 규모는 3조555억원 정도로 지난해(3조2,620억원)보다 6.3%가 되레 줄었다. 정부가 오는 2013년까지 34조원을 들여 구축하기로 한 방송통신망 고도화 계획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1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민간기업의 돈으로 정부는 생색만 내는 셈이다. 규제개혁등 여건부터 조성을
현재 정치권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슈퍼 추경도 마찬가지다. 30조원 규모의 추경 가운데 ‘IT뉴딜’ 예산은 미미하다.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ㆍ국토해양부 등은 1조2,0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정부 심의과정에서 절반 이상 대폭 삭감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쯤 되면 정부가 ‘IT뉴딜’이라는 거창한 이름하에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것도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IT를 너무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심한 불황기다. 투자에 관한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기업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진 상황이다. 정부가 30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을 추진하는 것도 나랏돈을 풀지 않으면 경제 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나서지 않으면서 IT업계에만 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업계에 투자 압력을 가할 시간이 있으면 규제개혁 등을 통해 투자여건이나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