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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합병은행들의 이전투구

정경부 김영기 기자 올들어 한국 은행사상 유례없는 합병선언식이 세차례나 연출됐다. 합병은행들은 너나없이 「21세기 선도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외쳐댔다. 그러나 합병선언후 몇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려한 다짐」의 결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합병은행들은 이제 『누가 가장 멋진 합병은행이 될 것인가』에 매달리기 보다 『차라리 다른 은행과 합쳤더라면…』 하는 후회에 사로잡힌 것 같다. 마치 약혼을 한 뒤 결혼을 며칠 앞둔 총각·처녀가 뒤늦게 서로 딴 생각을 하는듯한 모습이다. 은행 합병의 최적모델로 평가받던 하나-보람은행은 심한 말로 「꼴같지 않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합병비율 산정작업은 두 은행의 상징적 이해대립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합병은행의 이름선정을 놓고 벌이는 이전투구(泥田鬪狗)는 그동안 두 은행이 지녀온 신선한 이미지를 잊게 만들고 있다. 합병사무국이 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서로 흠집을 남기며 다투고 있다. 좋게 봐도 「헤게모니 쟁탈전」일 뿐이다. 합병을 둘러싼 싸움으로 치면 국민-장기신용은행도 뒤지지 않는다. 두 은행의 자존심이 인원감축·봉급체계 등을 둘러싸고 「추악한 이기심」으로 변질되고 있다. 장은 노조는 이미 합병작업에 문제가 있다며 오는 31일 예정된 합병주총을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합병무효」투쟁도 불사한다는 태도다. 두 은행안에서 선도은행을 만들기 위한 고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은행 합병의 불을 당겼던 상업-한일은행도 형편은 비슷하다. 발표 직후 「대등·흡수」합병 여부를 놓고 패였던 감정대립의 골이 인원감축을 둘러싸고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은행합병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간다. 국민의 세금을 끌어들여 합병은행의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선진국 수준의 대형 「클린뱅크」를 만들자는 게 정부의 다짐였다. 이해관계에 얽혀 진흙탕 싸움이나 벌이는 모습을 구경하자고 혈세를 퍼부은 것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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