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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당론대로 투표 불참하자… 야 "이게 국회의원 불법파업"
투표 참여놓고 설전 오고가
정의장 55분만에 투표 종료
130명만 표결… 정족수 미달
한 편의 미리 짜인 시나리오를 보는 듯했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을 시도했으나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무산됐다.
전체 의석의 과반인 160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표결 불참' 당론을 재확인했으며 대다수 의원이 이에 따라 표결하지 않아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재의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이날 표결에는 총 298석(새누리당 160명, 새정치민주연합 130명, 정의당 5명, 무소속 3명) 가운데 130명만 참석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혹시나 생길지도 모를 이탈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정했다.다만 표결에는 불참하되 투표가 시작된 후 본회의 퇴장 여부는 자율에 맡기기로 정했다. 새정연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결 촉구를 강하게 압박하며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었다.
오후4시께 정의화 국회의장이 투표 개시를 선언하자 적막감이 흘렀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정한 당론대로 투표에 참석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단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만이 표결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헌법 제53조 4항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을 때는 국회는 재의에 부치라고 규정하고 있어 표결이 성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행위"라면서 "저는 표결에 임하여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라는 평소의 소신대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을 향해 표결 참여를 요구하며 설전을 주고받았다. 특히 야당 일부 의원들은 여당 의원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날 자정까지 표결을 끝내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이렇게 집단적으로 일사불란하게 투표를 안 할 수가 있는가. 가셔서 반대해도 좋다"며 "여러분이 노동자에게 불법파업이라고 얼마나 얘기했는가. 이게 바로 (국회의원의 불법파업이다)"라고 외쳤다. 이어 "여기가 북한인가.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여당 의원석 사이에서는 "투표 안 하는 것도 자유의사인데 왜 강요하느냐" "투표하고 안 하고는 의원 마음인데 왜 야당이 투표하라 마라 하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을 향해 "이재오 의원님. 의원님도 (투표 안 하나요?)"라고 말하자 야당 의원석에서는 "천하의 이재오 의원이 투표를 안 해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의장은 결국 투표 개시 55분여 만에 투표 종결을 선언했다. 정 의장은 "상식적으로 판단하건대 더 이상 기다려도 재적 의원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따라서 의결에 필요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하기 때문에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언한다"고 말한 뒤 정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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