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은 국내자본 토종은행 인수 발목

금융위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차일피일<br>'兩罰규정' 법리 따지며 책임 회피에 급급<br>파기환송심 어떤 결론내도 긴 소송 불가피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 심사를 또다시 보류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이 총대를 매고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영향을 미쳤다고 많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 론스타의 유무죄를 결정할 핵심변수인 '양벌규정'이라는 복잡한 법률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특정 관료가 모든 책임을 떠안고 결정을 내리기에는 규정 자체가 워낙 복잡해 일도장단식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양벌규정이 무엇이기에=양벌규정이란 대표자나 종업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규정이다. 은행법으로 따지면 금융회사(외환은행)의 대주주가 주가조작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며 이 경우 지분 10%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양벌규정에 일관되게 위헌판결을 내리고 있다. 종업원 잘못을 법인 잘못으로 간주하는 것은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 다만 헌재 판결은 종업원에 대한 것이고 법인 대표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자는 법인과 사실상 동일인이므로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상당수 법조계의 의견이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1차 피고인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검찰은 론스타와 외환은행을 함께 기소했다. 양자는 주가조작의 당사자가 아닌 옛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을 적용 받았다. 론스타의 유무죄에 앞서 유씨의 지위가 문제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조계에서는 유씨의 법적 지위를 '사용인'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유씨가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론스타의 대표가 아닌 론스타가 국내에 세운 해외 법인의 대표라는 점에서다. 실질적으로는 '대리인 내지 사용인', 즉 광범위한 의미의 '종업원'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유씨에게 사실상 유죄선고를 대린 대법 판결만으로 론스타가 유죄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헌재 결정대로라면 론스타가 유씨에 대해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는 한 론스타는 무죄다. ◇미로처럼 얽힌 외환카드 사건=그런데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대법이 파기 환송한 부분은 유씨의 혐의뿐, 론스타의 유무죄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환송심에서 대법 판결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유씨의 유죄는 사실상 확정됐다. 하지만 론스타에 양벌규정을 적용할지는 파기환송심의 판단에 달려 있다. 금융 당국이 심사를 미룬 것도 이런 변수 때문이다. 외환카드 사건의 특수성을 이해하려면 양벌규정과 관련한 최근 사건인 대신증권 일임매매 사건을 볼 필요가 있다. 헌재는 대신증권 직원(종업원)이 일임매매 규정을 위반해 고객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에서 법인(대신증권)까지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을 두고 론스타의 적격성에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두 사건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대신증권 사건은 종업원의 위법행위로 고객이 손해를 입었지만 법인인 대신증권은 이익을 본 것이 없다. 하지만 외환카드 사건은 정반대다. 1심 판결은 주가조작으로 외환은행이 123억원, 론스타가 100억여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판시했다. 유씨가 종업원이라며 양벌규정을 배제해 론스타에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마이클 톰슨 론스타(정확하게는 론스타펀드4) 대표의 존재다. 론스타4는 론스타가 2003년 벨기에에 설립한 법인으로 외환은행의 대주주다. 대법 판결문을 보면 톰슨은 유씨와 주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톰슨이 수사에 응하지 않아 기소중지로 사건을 종결했다. 유씨가 종업원에 불과해도 대표격인 톰슨이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론스타에 양벌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 더구나 주가조작은 유씨와 톰슨 등 외환은행 사외이사들이 주도했는데 여기에는 모회사인 론스타 회장 존 그레이켄과 론스타의 한국 본부장 스티븐리(한국명 이정환)도 포함돼 있다. 대검은 2008년 초 그레이켄을 소환했지만 그냥 돌려보냈다. 실제로 1심에서 론스타 측은 유씨 등이 외환은행의 사외이사로 카드 합병에 관여했으므로 양벌규정 적용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이 론스타의 이익을 위해 일했고 론스타가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얻었다며 양벌규정을 적용해 론스타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외환은행의 운명은=이런 점 때문에 법원이 단기간에 결론 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유 씨의 유죄는 확정적이지만 파기 환송심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검찰과 론스타는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또다시 돌려보낼 수도 있다. 대법과 파기 환송심을 오가는 지루한 공방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기간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하나금융이 계약을 유지하면, 인수 실패에 대비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틀림없는 사실은 당국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외환은행을 우리 자본의 품으로 찾아올 기회는 늦어지고 이 과정에서 론스타만 계속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