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 본격적으로 접어들자 연이은 기념일로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업, 연애, 결혼 등을 놓아버린 삼포세대의 청춘들은 물론 이미 가정을 꾸린 이들까지 5월은 ‘벅찬 달’이 되어 가고 있다.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와 달리 선물 등 부차적인 의무감만 커져 ‘가정의 달=잔인한 달’이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실망실업자 김모(31)씨는 “가정의 달, 참 잔인하다”며 “사회적으로 선물과 화목을 무작정 강요하는 거 같아 맘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가벼운 주머니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주부들도 상당하다. 여성이 많이 모이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가정의 달과 관련된 고민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글쓴이는 “가정의 달을 맞아 주변에선 가족여행을 많이 간다고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돼 속상하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각박한 현실로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가족·가정의 의미가 5월 들어 한 번에 의무처럼 밀려들기 때문”이라며 “돈이나 선물 대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인프라가 확충된다면 사람들이 느끼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시대가 변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만 정상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 없다”며 “다만, 시대의 변화를 고려할때 독거노인 가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조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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