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기업에서 20년을 근무한 이동건(48ㆍ가명)씨는 얼마 전 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임원 승진과 함께 이씨는 퇴직금 2억5,000만원을 중간 정산 받았다.
이씨는 활용 방안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를 갈까, 아니면 주식형펀드에 가입할까 저울질해봤지만 결국 생명보험사 개인퇴직계좌(IRAㆍ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에 가입하기로 했다. 당장에 거둘 수 있는 수익은 많지 않았지만 노후 대비를 해놓았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다.
생명보험 업계에 IRA가 조용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IRA는 퇴직 및 승진인사 등의 사유로 수령한 퇴직금을 적립해 운용하다가 필요할 때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 1,475억원에 불과하던 생보업계 '빅3(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의 IRA 적립금 잔액은 2011년 말 현재 3조6,604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 들어서는 1월 한 달 동안에만 1,485억원이 몰렸다.
생보사별로는 삼성생명의 적립금 잔액(1월 말 현재)이 2,186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한생명(1,242억원), 교보생명(1,230억원)이 엎치락뒤치락 2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중형사 중에서는 동양생명(370억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RA의 가장 큰 장점은 ▦퇴직소득세 이연효과 ▦자금운용에 다른 이자소득세 비과세 등과 같은 세제혜택이다. 예컨대 이씨가 중간 정산퇴직금을 받으면 6~35%의 퇴직소득세율이 적용되는데 IRA에 가입하면 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세금을 이연시킬 수 있으며 이자소득세율(15.4%)도 면제 받는다.
수익률은 4% 후반대에서 5% 초반대 사이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생명의 운영수익률은 5.15%(원리금보장 기준)이었으며 동양생명(5.02%), 교보생명(4.82%), 대한생명(4.8%)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수익률도 은행 정기예금보다 낫고 무엇보다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현재 생보사뿐만 아니라 은행ㆍ증권사 간 IRA 쟁탈전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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