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새누리당도 "공약을 다 지키려 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공약에 얽매이지 마라"고 인수위에 주문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분과별 간사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를 수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며 "개별 공약의 수준이 서로 다른지, 중복되지 않는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분석 진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이 부족한 복지 공약과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의 수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윤 대변인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이 될 국정비전 설정과 국정과제 수립은 투트랙으로 진행하면서 일을 병행 추진해 효율적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국정과제 개발은 ▦대선공약 ▦부처별 업무보고 ▦새로운 아이템 신규발굴 등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출범 후 신규 정책 개발을 처음 밝힌 윤 대변인은 "대선공약이 다루지 못한 비어 있는 분야가 혹시 있는지 세밀하게 살펴보면서 국정과제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해 인수위 단계에서 추경 준비나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등이 새로 수립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인수위는 국정비전에 새 정부가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를 담고 국정목표는 비전 실현을 위한 최고 목표로 제시한다는 방침 아래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5년간 추진할 주요 국정과제를 수립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정 비전 및 목표, 과제를 정리하면서 새 정부 명칭을 정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인수위가 대선 공약 재검토와 새로운 정책 개발에 나서기로 한 데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어려운 공약은 수정하거나 폐기할 것을 강하게 주문한 것이 한몫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약은 가능한 한 지키면서도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발전 방향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인수위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하면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공약의 정신을 지키면서 국정운영에 부합되는 균형적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램 이메뉴얼 시카고 시장이 "선거 때 내놓은 정책을 다 집행하면 미국은 확실히 망할 것"이라고 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기초노령연금 확대, 군복무 18개월 단축, 4대 중증질환 의료비 100% 국가 보장 등 대규모 예산이 드는 공약에 대한 '출구전략' 마련을 거듭 촉구하며 "이런 공약은 기존에 편성된 예산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내세운 공약 중 예산을 짜다 보니 현실적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잘못된 것은 지금이라도 얘기하는 게 옳고 정직한 태도"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