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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남북접촉 타결 일등 공신, 막강 포병

먼 곳서 빠르고 정확하게 포격

중량·파괴력으론 수백배 보복

자주포 운용 서방 최대규모

"北, 한국군 화력에 놀랐을 것"

'2014 합동 해안 양륙 군수지원 훈련'에 참가한 K-55 자주포. /=연합뉴스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발생한 지난달 20일 우리 군은 '적들의 눈에 잘 띄는 곳'을 골라 정확하게 때렸다. 북이 도발해올 경우 원점을 타격한다는 기본 입장대로라면 적 초소나 진지를 포격했어야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도발 원점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우리의 대응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북에 보여주기 위해' 눈에 잘 드러나는 곳을 고른 셈이다.

사상자가 발생할 확률이 낮은 개활지를 겨냥했지만 우리 군은 받은 것에 비해 적어도 7배, 많게는 수백 배의 보복을 퍼부었다. 북의 도발 내역은 14.5㎜ 고사총 1발과 76.2㎜ 평사포 3발. 우리 군은 여기 맞서 155㎜ 포탄 29발을 발사했다. 서로 교환한 탄약 수를 비교하면 북은 총알 1발과 포탄 3발을 쏴 29발을 얻어맞은 꼴이다. 중량으로 치면 비율은 더욱 벌어진다. 우리 군 자주포에서 발사된 155㎜ 포탄의 중량과 파괴력은 북한 도발의 수백 배를 넘는다.

내용은 더욱 알차다. 합동참모본부의 모 장성은 사건 직후 브리핑에서 "00사단 포병대가 대응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00사단은 포격전 발생 지역을 맡고 있는 28사단의 뒤를 받쳐주는 예비 사단. 육군의 또 다른 장성은 "00사단 포병대가 포상에서 포탄을 날렸다"고 말했다. 비상이 걸려 전방 사단에 배속되거나 전방으로 전개해 사격한 것이 아니라 평소 주둔지에서 쐈다는 얘기다.

예비 사단의 포병대가 포상에서 포를 날릴 수 있었던 비결은 사거리 연장탄. 통상탄을 사용할 경우 약 20㎞인 155㎜ 자주포의 최대 사거리가 사거리 연장탄을 쓸 때는 30㎞로 늘어난다. 덕분에 우리 군은 후방 부대가 진지 이동 없이 앉은 자리에서 포탄을 날릴 수 있었다.



남북 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북한의 전방 포병이 갱도에서 나와 즉각 사격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남북 간 포병 전력의 즉각 대응 능력의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육군 관계자는 "자주포병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대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이후 자주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결과 한국은 이미 서방 진영에서 자주포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나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육군이 보유한 자주포는 약 1,600여문으로 1,836문을 보유한 미국에 이어 서방세계 2위. 그러나 미국이 최소한 500대 이상을 예비 보관물자로 돌린 반면 한국은 보유분 전량을 가동한다는 점에서 서방 진영의 최대 운용국이다.

특히 구경 155㎜급(옛 공산권은 152㎜) 기준으로는 세계 최다 운용 국가다. 이 같은 투자와 개량의 효과가 이번 포격 도발의 기선을 제압하는 데 효과를 발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 P씨는 "북한군이 한국군의 포병에 대해 많이 놀랐을 것"이라며 "북한의 자주포는 수량이 많다지만 소구경이 대부분인데다 노후해 작동이 안되고 대구경 자주포는 포탑으로 보호되지 않아 생존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군은 자주포의 신규 생산과 개량, 지원차량 보강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어서 남북 포병 간의 질적 우위는 더욱 다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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