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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마에스트로(maestro·거장)가 낙엽 흩날리는 음악궁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가을을 맞아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명품 오케스트라(관현악단)가 잇따라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이어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한껏 설레게 하고 있다.
정명훈(60)이 이끄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내한공연(9월24∼25일·예술의전당)이 가장 먼저 기다린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파리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대 오케스트라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부터 정명훈이 악단을 끌어오고 있다. 정명훈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지금까지 한국을 세 번 찾았다. 200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카르멘'에 참여했고 오케스트라만의 단독공연은 2002년, 2007년에 이어 6년 만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카니발' 서곡과 '환상교향곡'을 비롯해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라벨의 '라 발스' 등 프랑스 색채가 짙은 곡을 들려준다. 대개 프랑스 교향악을 두고 '음(音)의 팔레트' 위에 그려진 그림이라 부른다.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특유의 색채감을 지녔기 때문이다. 다수의 클래식 평론가들은 목관 악기의 관능과 금관 악기의 생동감 등이 이 같은 '프랑스 풍(風) 사운드'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역시 관악기에서 두드러진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방송교향악단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이라면 영국을 대표하는 그것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다. BBC 심포니가 지휘자 에이드리언 불트를 수장으로 1930년 창립된 후 여전히 영국 공영방송 BBC의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0월8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9일에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휘는 1989∼2000년 이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으며 이후 명예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앤드루 데이비스(69)가 맡는다. 그는 영국 클래식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1992년 대영제국훈장(CBE)을, 1999년에는 기사작위를 수여 받았다. 데이비스가 말하는 BBC 심포니의 강점은 "유연성과 따뜻한 현악 사운드"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도 온화한 '영국 풍 사운드'를 들려줄 예정이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수수께끼 변주곡'과 월턴의 '비올라 협주곡(리처드 용재 오닐 협연)' 등으로 무대를 꾸민다. 김문경 음악평론가는 "엘가의 '수수수께끼 변주곡' 중간에 5분 남짓 길이로 연주되는 '님로드'라는 변주 부분이 추모 음악으로 많이 활용된다"며 "이 부분에서만큼은 번잡한 일상에서 탈출해 평화와 안식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감상 팁(tip)을 전했다.
1882년 창단, 131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명불허전 베를린 필하모닉(11월11∼12일·예술의전당)도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5·2008·2011년 등 최근 2∼3년에 한 번꼴로 내한해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 역시 2002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고 있는 사이먼 래틀(57)이 지휘봉을 잡는다. 그의 장기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독일 낭만파 음악을 대표하는 슈만의 '교향곡 1번'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의 백미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어우러지는 한국 차세대 연주자들의 모습이다. 베를린 필이 젊은 연주자를 대상으로 선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아카데미' 단원인 함경(오보에)과 장현성(바순)이 함께 무대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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