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 아시아를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간다.’ 호황을 이뤘던 국내 미술시장이 최근 조정세를 보이면서 국내 화랑들은 해결책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승부수로 집어들었다. 미국발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경제불황이 비단 국내 문제 만은 아니지만 세계 미술시장은 비교적 이에 영향받지 않는 편. 국내는 비자금 연루 사건과 최근 제기된 양도세 과세 등 요인들이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해외 미술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Sh컨템포러리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 전시센터 내 학고재 갤러리 부스. 철과 돌로 이뤄진 이우환의 절제된 조각 작품 앞에서 외국인 관람객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조응’ ‘바람’ ‘점’ ‘선’ 등 그의 회화작품이 애호가를 확보한 가운데 자주 선보이지 않는 조각작품은 희소가치도 높다. 고전회화를 미디어아트로 선보인 이이남의 작품 앞에서는 관람객이 떠날 줄 모르고, 한자를 문양처럼 바닥에 배치하고 극사실적인 물방울을 그린 김창열 작품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정상화ㆍ이영배의 작품은 일찌감치 팔렸다. 세계 정상의 페이스 갤러리와 나란히 부스를 배치한 국제갤러리는 조덕현ㆍ이기봉ㆍ정연두ㆍ이혜림ㆍ전경 등 국내작가 작품들이 좋은 판매 실적을 거둬 ‘스타탄생’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표갤러리는 시선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이용덕의 부조 작품이 9만5,000달러 이상의 고가에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가나아트갤러리의 김춘환ㆍ배병우ㆍ이동재ㆍ박대성도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이클슐츠갤러리 서울이 들고 나온 이수경의 도자기 작품도 마찬가지. 마침 지난 6일 베를린에서 작가의 개인전이 시작돼 동양적인 정서와 참신한 감각이 호평을 받은 터라 더욱 주목받았다. 박여숙 화랑은 젊은 한국작가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민의 인물화는 판매 첫날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박여숙화랑은 Sh컨텀포러리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가를 선보이는 해외 화랑과의 경쟁력을 생각해 과감하게 한국의 젊은 작가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트페어 사무국이 선정한 ‘Sh 디스커버리 특별전’에서는 정신영 큐레이터가 조종성과 클라라신(이상 박여숙화랑), 지나박(원앤제이) 등 한국작가를 소개했다. 해외 화랑이 인기있는 한국작가를 출품한 경우도 있었다. 뉴욕의 리만머핀 갤러리는 전속작가 이불, 모티해리슨 갤러리는 문지하를 각각 간판으로 내세웠다. 베이징 비욘드아트스페이스는 이동기(갤러리2), 상하이M아트센터는 이재효(아트사이드)를 각각 선보였다. 더욱이 불황 타계책을 모색하는 국내화랑의 의도와 이번 Sh컨템포러리 아트페어의 성격이 잘 맞아 떨어져 효과적이었다. 세계 27개국 138개 갤러리가 참여한 양적인 면과 아트바젤팀이 기획한 믿을만한 작품수준 때문에 전용기로 움직이는 세계 정상급 컬렉터들이 상하이를 방문했다. 아트페어측은 VIP들을 위해 캐딜락 리무진을 제공하고 선상 파티를 준비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이번 아트페어와 관련 “국내 시장이 어려울수록 작가를 발굴하고 국제적인 거장으로 성장하게끔 해외 미술관과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화랑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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