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름때 장갑 낀 CEO… "내가 공조냉동기기 1인자"

■ 류명열 ㈜지구 대표<br>전문 엔지니어 출신 비즈니스맨<br>기술영업 승부… 연 매출 100억<br>항균 기화식 가습기 특허 출원<br>5년 뒤 매출 300억 돌파 기대


산업용 공조냉동기기 제조와 유지 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지구의 류명열(45ㆍ사진) 대표. 광주광역시 하남산단 4번로에 자리한 회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자신을 '엔지니어 비즈니스맨'이라 불렀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연 100억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있지만 여전히 그는 기름때 묻은 장갑을 벗으려 하지 않는다.

"누가 나에게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공조냉동 기기를 만들고 고치는 분야에서 전국 최고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의 자신감이 짙게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어색한 공조냉동이라는 용어의 해석이 먼저 필요했다.

"공조는 '공기조화'의 준말이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장비ㆍ장치 등을 설치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고 풀이해줬다.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그는 광주 하남산단에 자리한 대우캐리어에 입사했다. 당시 대우캐리어는 공업계 출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할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였다. 더욱이 그는 운 좋게도 인기 좋은 부서인 산업용 냉동기기 관련 부서에 배치됐다. 기계를 다루고 고치는 기능이 남달랐던 그는 손쉽게 업무를 익혀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뒤 복직했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기능'은 금방 익혔지만 '기술'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 기술을 배워 창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도 솟구쳤다.

관련 책을 사서 냉동기초기술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공조냉동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열역학, 냉동공학, 공기조화, 전기공학, 배관공학 등을 모두 알아야 했다. 관련 부서에 순환근무를 자청해 꼼꼼히 실무도 익혔다.

1996년 대우캐리어를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대형 공장이나 지하철 등에 설치된 대우캐리어 공조냉동기기를 유지 보수했다.

류 대표는 "신뢰를 쌓으며 회사는 어렵지 않게 돌아갔으나 유지보수만으로는 연 매출 5억원을 넘기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또 한번의 변화가 필요했다. 2004년 기계설비공사업 면허를 등록해 직접 기기를 제작해 설비 공사에 나섰다. 2005년 세상을 품어보자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지구'로 바꾸고 발주업체를 상대로 직접 수주에 나섰다.

기술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시장 진입은 쉽지 않았고 6개월간 허탕만 쳤다. 전자입찰이 도입돼 투명성이 확보된 지금과 달리, 당시 공사 수주를 위한 업체간 담합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투찰장소에서 고의로 높은 금액을 써내 특정 업체에 공사를 몰아주는, 이른바 나눠먹기가 횡행하던 시절이었다.

업계의 커넥션을 뚫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른바 '기술영업'에 나선 ㈜지구의 기술력은 서서히 인정을 받아나갔다. 2007년 100억 매출을 달성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최근 특허를 출원한 '항균 기화식 가습기'를 통해 류 대표는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기화식 가습기는 겨울철 난방기가 제습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류 대표는 "각 급 학교 교실에 설치돼 있는 천장형 냉난방시설은 단순히 온도만 조절할 뿐 우리 삶에 중요한 습도는 조절하지 못한다"며 "공공기관 등 대형건물에서 사용하는 증기 가습기 역시 세균증식 등 여러 부작용을 안고 있어 기화식 가습기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화식 가습기는 일반화된 천장형 냉난방기에 수도관을 연결하는 원리로 인위적인 가열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상태를 유지하면서 가습기능을 하게 된다.

류 대표는 기화식 가습기를 대량 생산이 아닌 철저한 수주생산 원칙으로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소 주춤했던 매출을 올해 다시 1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어 5년 뒤에는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추어로서는 수준급 골프실력을 갖추고 있는 류 대표는 인생이나 기업 경영을 골프에 빗대 말했다.

"골프는 얼라이먼트가 가장 중요하다. 기준(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인생이나 사업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상황에 맞춰 자신의 얼라이먼트을 잘 잡아야 성공한 삶, 성공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