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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경쟁력 키우자" 돈 푸는 G3…신흥국은 이중고 신음

[환율 1000원 시대 거세지는 新환율전쟁] <하> 통화보호주의로 치닫는 글로벌시장<br>G3 유동성 143조달러… 2001년 이후 두배로<br>브라질·터키 등 인플레 압박에 수출 줄어 반발<br>미·중 권력교체 맞물려 무역전쟁 비화 가능성


세계 각국의 '통화보호주의(currency protectionism)'가 노골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장벽을 쌓는 것이라면 통화보호주의는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통화가치를 상대국에 비해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이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통화팽창에 나서면서 환율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권력교체와 맞물려 전면적인 환율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이른바 G3의 중앙은행이 창출한 유동성은 지난 2001년 76조달러에서 올해 3월 현재 143조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막고자 이들 중앙은행은 통화공급을 크게 늘렸다.

최근 세계 주요국들은 다시 한번 돈풀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3차 양적완화(QE3)를 단행했다. 이번 QE3는 1ㆍ2차 때와 달리 고용시장이 개선될 때까지 무제한 채권매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자산매입기금을 10조엔으로 증액하는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경쟁력이 추락하며 무역적자가 확대되자 엔고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월가는 일본의 통화팽창이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 더 이상 정부채권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스 리데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국내 투자자들이 이르면 오는 2015년 일본 정부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일본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리스에서 촉발된 재정위기가 남유럽 국가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침체에 빠진 유럽에서도 통화팽창은 계속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부채로 고전하는 국가들의 차입비용을 낮추기 위해 채권을 무제한 사들일 계획이다. 독일 등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지만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각시키며 채권매입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현재 3,750억파운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영국도 추가 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통화팽창으로 자본유입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과 수출경쟁력 저하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의 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중순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례총회가 각국 통화정책에 대한 비난과 성토의 장이 된 것이 환율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브라질의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극단적인 통화정책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인도의 한 언론은 "양적완화는 신흥국에 침투하는 일종의 바이러스"라고 꼬집었다. 벤 버냉키 미 FRB 의장은 "양적완화는 미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이라고 강변했지만 신흥국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브라질ㆍ터키ㆍ멕시코 등 신흥국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중 간 환율갈등도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 후보는 자신이 취임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국내 여론을 감안할 때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새로 출범하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대폭적인 위안화 환율 절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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