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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안돈다] 4. 이번엔 근원치료를

[돈이 안돈다] 4. 이번엔 근원치료를은행에 압력 대출해줘도 순간적 진통효과에 그칠뿐 구조조정이 경색 유발하는 악순환 고리 반드시 끊어야 기업들은 자금난이 심각하지만 시장 전체로볼 때 돈은 남아돈다. 문제는 남아도는 돈이 순환파이프를 타고 구석 구석 흘러다니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자금이 가장 넘치는 시장 주체는 은행이다. 지난 5월말까지 은행의 총수신은 평균잔액 개념으로 21조원이 늘었다. 이 돈이 정상적으로 기업체에 지원됐다면 자금시장이 불안해 질 리 없다. 돈이 은행에 머물수 밖에 없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구조조정과 합병 때문. 합병을 앞둔 은행권은 재무지표를 「생존수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몸사리기에 급급했다. 부실화될 위험이 따르는 한계기업 지원을 극력 기피하는 대신 소수의 우량대기업과 개인대출에만 매달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급기야 정부는 은행돈을 강제동원해 채권펀드를 조성하고 종금사를 짝지워 1대1로 유동성지원을 지시하는 등 직접개입을 통해 돈줄을 틔우는 작업에 나섰다. 이같은 조치는 당장 시장을 진정시키는 「진통제」기능을 하는데 그칠 뿐, 근원치료를 위해서는 일관된 정책으로 금융시스템의 조속히 정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출시장의 이중구조=은행들은 부동산중개업소에 수수료를 주어가면서까지 주택자금대출을 늘리는데 혈안이 돼있다. 주택대출을 1억원쓰면 1,0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대출을 「보너스」로 끼워주는 대출마케팅방식을 여러은행에서 채택하고 있을 정도. 또 최근들어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지난달까지만해도 삼성·SK등 일부 우량대기업에 대해서는 돈을 쓰라고 권유하고 다니는 은행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은행들은 조금이라도 위험징후가 있거나 아니면 혹시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판단되는 중견그룹들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돈줄을 죄고 있다. 한편에서는 돈이 남아돌아 풀지 못해 안달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남는 자금을 묶어두고 있는 이중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이같은 대출전략은 그 자체로 생존전략이다. 합병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정부가 공자금은행의 금융지주회사방식 통합을 공표하는 등 2차 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위험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가 기업대출을 독려해도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기 전까지 은행권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시장대책은 미봉책=은행권은 채권펀드에 8조원을 강제할당받았다. 우량은행들은 예금이 많이 늘어난 만큼 많은 돈을 내야하고 지방은행과 특수은행들도 모두 동원됐다. 또 시중은행들은 8개종금사를 하나씩 나누어 맡아 종금사의 발행어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1,000억원 이상 지원토록 지시를 받았다. 이같은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대책은 일단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데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자금시장의 동맥경화를 치유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은 근원치료에 역행하는 「진통효과」밖에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자금시장경색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에서 시작됐지만 이번조치는 결과적으로 금융불안의 핵심요인인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더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도 『은행을 동원해 자금을 긴급수혈하는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구조조정 「원칙」대로=결국 자금시장의 난맥상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원칙대로 마무리돼 시장내부의 「불확실성」이 제거돼야만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가 당장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또 다시 금융시스템을 애매한 상태로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않다. 크레디리요네증권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조정압력이 자금경색을 유발하고, 이로인해 구조조정이 다시 중단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이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언제 위기가 재연될 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한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도 『자금난이 이슈로 부각하면서 은행구조조정 논의가 다시 수면아래로 잠긴다면 곪아가는 상처를 소독도 않고 꿰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은행합병이 최선의 결론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확실하게 매듭을 짓고 넘어가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6/22 18:4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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