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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박상진 義士 증손자 박중훈씨

회사 임원자리 박차고 선조 생가 관리인 자임<br>"증조부의 역사, 저라도 지켜야죠"<br>"기념일에만 역사 되새기는 현실 안타까워"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고 박상진 의사의 증손자 박중훈(54)씨가 지난해 복원된 박 의사 생가에서 복원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언젠가는 가야 할 것 같았던 길, 돌고 돌아 결국은 와야 할 자리에 있다는 마음입니다.”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해 순국한 울산 출신 박상진 의사의 증손자 박중훈(54)씨. 지난해 8월 복원된 울산 북구 송정동 박 의사 생가(부지 2,245㎡, 연면적 340㎡)의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거창한 목적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증조부의 역사가 제 삶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다”고 회고했다. 박씨가 선조 생가의 ‘청지기’가 된 것은 지난해 4월. 울산시가 추진한 박 의사 생가 복원 사업이 마무리되기 직전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부산인 그가 회사 임원 자리까지 박차고 가족은 남겨둔 채 ‘돈 안 되는’ 관리인을 자처해 울산에 온 것은 그의 표현대로 하자면 ‘필연’이었다. 증조모(박 의사의 부인)와 함께 대가족 속에서 살며 직계 후손임을 잊지 않았던 형제들은 “언젠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정신으로 살아왔다. 그러던 중 생가 복원 소식을 듣고 지난 2005년 6월 맏형이 나섰다. 생업을 접고 혈혈단신 울산으로 와 당시 안채가 완공돼 있던 생가를 관리하며 나머지 복원작업에 힘을 보탰다. 자긍심으로 희망찼지만 그 희망은 오래 가지 못해 병마에 꺾이고 말았다. 이듬해인 2006년 가을 폐암으로 쓰러진 형 박대훈씨가 완공을 보지도 못하고 지난해 3월 생을 마감한 것이다. 영면하기 한 달 전 형은 유언처럼 한마디를 했다. “네가 그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 4남3녀 중 다섯째인 박씨는 이미 직감했다. 형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고 자기 갈 길은 정해졌다는 것을. 눈물을 머금고 ‘와야 할 자리’로 왔고 형이 못 본 생가 완공을 벅찬 가슴으로 지켜봤다. “나를 업어주던 증조모의 따뜻한 등을 잊지 못합니다. 잘못할 땐 엄하게 야단치셨죠. ‘네가 누구 자손인 줄 아느냐’ 하시면서. 가슴에 파묻힌 그 말이 삶의 화두였고 정체성이 됐습니다.” 몸은 이제야 박 의사의 태가 묻힌 곳으로 왔지만 10여년 전부터 그는 ‘박상진’이라는 한 인물을 파고든 연구자였다. 젊은 시절부터 틈틈이 모아놓은 자료를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해 김희곤 안동대 교수와 함께 2000년 ‘박상진 자료집’이라는 책을 펴냈다. 2000년과 이듬해 연이어 관련 연구논문도 썼다. 그동안 정리해둔 자료를 토대로 ‘박상진 의사 추모사업회’와 함께 전기 발간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고 싶어 나선 일이지만 일하다 보니 전기 발간과 생가 관리를 위한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증에 필요한 자료들이 멸실된 것도 안타깝지만 무엇보다 가슴 아픈 건 과거가 시나브로 잊혀지는 것이다. “역사는 3·1절 같은 기념일에만 되새길 것이 아닙니다. 어제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듯 지금의 우리는 앞 대의 피와 땀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는 것, 그것은 다음 세대에 대한 우리의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 박상진 의사는 1884년 울산 북구 송정동(당시 울산군 농소면 송정리)에서 태어난 고헌 박상진은 1909년 양정의숙 법률경제과를 졸업한 뒤 평양지원 판사 발령을 받았으나 사임, 독립운동가의 길을 택했다. 1912년 집안의 가산을 바쳐 대구에 상덕태상회를 건립, 국내는 물론 만주와 장춘 등의 곡물상과 연결하는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다.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국내 독립운동 대표적 단체인 대한광복회를 조직해 총사령으로서 활동하다 1918년 체포, 1920년 사형선고를 받고 이듬해 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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