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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익공유제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은 정부 일각에서 강요하는 반시장 조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기업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또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 나라에서 시장경제가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경우 국가 경제의 장래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도 이번 발언의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물론 재계에서도 이번 이 회장의 발언은 “적절한 시기에 아주 잘한 얘기”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이익공유제는 현실성 여부를 떠나 반시장적 제도”라며 재계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도 “출발부터가 반시장적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 역시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회장의 이번 발언으로 잘못된 출발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실제 이익공유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업이 이익을 나누기 위해서는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것 자체가 쉽지 않다. 주주의 동의를 얻더라도 초과이윤을 어떻게 정하고 그 중 얼마를 지원해야 하는지 등도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정부 내부에서도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이익공유제를 설득하기 위해 기업을 방문하는 것을 재계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다시 한번 재계의 입장을 각인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대한 기업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재계는 대ㆍ중소 상생 등 정부의 요구가 대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에 재계는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동반성장지수 개발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속으로는 반대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생은 좋은데 상생이 기업 옥죄기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하지만 현재는 이에 똑 부러지는 의견을 내놓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의 이번 발언과 오늘 전경련 회의는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는 동반성장지수 등 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책에 대해 재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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