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바람 분다’는 지난달 20일 개봉 이후 일본에서 흥행수입 80억엔(약 903억원)을 돌파하며 100억엔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일본 영화계에서 흥행 성적의 지표로 삼는 주말(토·일) 흥행기록에서 ‘바람 분다’는 24∼25일 23만7,72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6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649만6,388명에 달한다.
이 영화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가미카제’ 자살공격에 쓰인 것으로 알려진 전투기 ‘제로센(零戰)’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1903∼1982)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당초 영화계에선 미야자키 감독의 종전 히트작인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벼랑위의 포뇨’ 등의 주 관객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이었던 반면 이 작품은 어른들을 타깃으로 해 이전 작품만큼 인기를 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이 작품은 일본 사회에서 역사인식과 관련한 논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 등에 따르면 영화의 메시지는 ‘전쟁과 재해(간토대지진)의 와중에도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매진한 젊은이가 있었다’는 것이지만, ‘주인공이 만든 전투기가 실질적으로는 일본 군국주의의 도구로 쓰인 데 대한 비판적 인식이 심도있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미야자키 감독은 대표적인 일본 내 반군국주의 인사로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전후체제 탈피’를 지향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인식과 헌법개정 추진 등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우익진영에서 반발하기도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군국주의) 시대 속에 자기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은 부정적인 짐을 지고 만다”며 “호리코시 지로가 옳다고 생각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잘못했다고 쉽게 단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바람 분다’가 전쟁을 미화하거나 비판하는 등의 민감한 화두를 던지기 보다는 일본인들이 지닌 정서의 뿌리를 건드림으로써 관객들이 향수를 느끼게 만든 것이 흥행 요인이라는 설명도 제기한다.
일본이 2차대전에서 미국 등에 참담한 패배를 당했지만 자국민이 만든 ‘제로센’은 서양 전투기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일본인들에게 잠재돼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