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디젤(경유)은 환경오염의 대명사였다. 화물트럭과 대형 버스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은 눈이 따가울 정도였고 자연스럽게 경유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하지만 최근 정제기술의 발전으로 경유가 친환경 '클린디젤'로 거듭나면서 클린디젤은 연비 및 환경성 측면에서 액화석유가스(LPG)와 압축천연가스(CNG)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디젤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디젤=공해 연료'라는 부정적 인식에는 지난 1992년 도입된 디젤 자동차에 대한 환경개선부담금 부과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비록 현재 유럽연합(EU)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5'를 충족한 클린디젤 차량에는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고 있지만 한번 형성된 디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클린디젤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클린디젤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널리 알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클린디젤에 유독 불리한 에너지 및 자동차 세제도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3월을 기준으로 자동차용 경유에는 리터당 670.46원의 세금이 붙지만 LPG에 붙는 세금은 리터로 환산해 271.47원에 불과하다. 경유는 교통환경에너지세에다 주행세까지 물고 있지만 LPG는 면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클린디젤은 휘발유보다 연비가 30%가량 좋고 LPG에 비해서도 60%나 우수하다. 배출가스 문제도 해결한 지 오래다. 하지만 자동차용 경유는 세금 측면에서 아직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3월 기준 경유 소비자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38.2%로 휘발유(47.0%)보다 낮지만 LPG(25.4%)에 비해서는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에너지 세제를 연료 효율성과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에 초점을 맞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휘발유ㆍ경유ㆍLPG의 상대가격비율은 2001년 제1차 유류 세제 개편을 통해 100대75대60으로 결정됐으며 이후 2005년 2차 세제 개편에서 100대85대50으로 조정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제3차 세제 개편을 통해 경유의 가격비율을 낮추고 LPG 비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세제에 대한 개편도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 세금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다. 예를 들어 등록 단계에서 개별소비세는 배기량 2,000㏄를 기준으로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공장도 가격의 10%, 이하일 경우 5%가 부과된다. 보유단계에서의 자동차세도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반면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유럽 국가는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유럽 국가에서 클린디젤 자동차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소비자들이 세금 혜택을 고려해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차를 선택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정동수 한국기계연구원 그린카연구센터장은 "기술 발달로 클린디젤과 LPG의 위상이 역전된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국민 세금으로 LPG와 CNG에 일방적 혜택을 주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클린디젤과 LPGㆍ휘발유 차량이 동등한 조건으로 시장에서 경쟁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쪽이 살아남도록 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클린디젤 택시 및 버스 보급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택시연료에 경유를 추가해 '경유 택시'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해당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제동이 걸렸다. 시내버스 시장에서도 환경부와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는 CNG 버스에 밀려 클린디젤 버스는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와 기계연구원ㆍ대우버스는 CNG 버스보다 연비가 40% 이상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가량 적은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공동 개발해 CNG 버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클린디젤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자동차업계의 클린디젤 신차 개발과 부품산업 육성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올 들어 수입차 중 클린디젤 차량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산 클린디젤 신차를 거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는 7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라 디젤차량 비중이 높은 유럽 자동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자동차업계의 클린디젤차 개발은 시급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는 클린디젤 차량 출시를 늘려 국내에서 경쟁력을 우선 인정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유럽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2014년 적용될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클린디젤차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클린디젤 관련 연구개발(R&D)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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