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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 이것만은 지키자] <중> 기업 키우는 M&A 돼야

"세계 2위를 부실社로 폄하 기업가치 떨어뜨려선 안돼" <br>2005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우량 기업으로 '환골탈태' <br>기술 경쟁력 삼성 바짝 추격 5년간 4조 넘는 영업익 기록<br>"인수 후보기업 리스크 부각은 단기 주가 우려한 이기적 평가"


지난 2009년 9월 효성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의향을 돌연 철회했다. 이듬해 2월 다시 매각이 추진됐지만 이번에는 지원자가 없었다. 최근 매각이 다시 시작되면서 하이닉스 인수 참여설이 나돈 현대중공업 주가는 폭락했다.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SK텔레콤과 STX 역시 수일 동안 주가가 크게 빠졌다. 이쯤 되면 일반 국민의 눈에 마치 '하이닉스의 저주'가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이닉스=부실기업'인 모양새다. 물론 11년 전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는 부실기업이었다. LG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흡수합병한 이듬해인 2000년 12월 현대전자는 유동성 위기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3개월 뒤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 간신히 살았다. 2년 뒤인 2003년 악명 높았던 21대1 감자를 하며 투자자들을 울린 하이닉스는 '깡통주식'의 대명사였다. 이후 하이닉스는 정상화까지 2년이 더 걸렸다. 2005년 7월12일이 돼서야 워크아웃을 졸업했으니 5년여 동안 하이닉스는 부실기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상전벽해'다. 하이닉스를 한계기업이라 얘기하면 글로벌 경쟁업체인 일본의 도시바ㆍ엘피다, 미국의 마이크론, 대만의 난야 등이 "장난하는 거냐"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이닉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완전 정상화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번 매각과정에서도 이처럼 잘못된 시장의 편견과 오해가 하이닉스의 이미지와 기업가치에 큰 손상을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 주가차익과 배당성향만 추구하는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하이닉스는 물론 인수후보 기업들까지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하이닉스 인수합병(M&A)의 산업적 가치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부터 KAISTㆍ서울대ㆍ연세대ㆍ서강대ㆍ한양대 등을 돌며 특강을 하고 있다. 올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권 사장이 바쁜 일정을 쪼개 대학가를 도는 이유는 오직 하나. 대학 인재들이 하이닉스에 오지 않아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매각작업이 무산되면서 회사가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매각과정에서 하이닉스가 폄하되고 있다는 것을 채권단이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모른 체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각시도가 반복되고 인수 후보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마치 하이닉스 자체에 치명적 결함이 있거나 핵심 경쟁력이 크게 부족한 기업으로 치부된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 하이닉스에 대해 단골로 하는 분석이 '시황에 민감하고 수조원의 투자를 해야 하는 리스크가 큰 기업'이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정보기술(IT) 경기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등락하면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다가도 적자로 반전되는 일이 반복된 게 사실이다. 또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높여주는 첨단 미세공정 투자가 필수다. 1개 라인을 구축하는 데 수조원이 드는 것도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험난한 메모리업계 경쟁에서 지난 10년 동안 하이닉스가 지옥까지 갔다가 살아와 이제는 불사조로 환골탈태했다는 점이다. 하이닉스의 공정기술력은 한때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의 수율을 추월했을 정도다. 권 사장이 "40나노와 50나노 공정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신하는 게 빈말이 아니다. 연구개발(R&D) 능력도 뛰어나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40나노급 2Gb 그래픽 DDR5를 개발했다. 2007년과 2008년 각각 60나노급 1Gb 그래픽 DDR5와 세계 초고속 50나노급 1Gb 그래픽 DDR5 상용화에 이은 쾌거다. 또 2008년 세계 최초로 3중셀(X3) 기술 기반의 32Gb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만들어냈다. 20나노 기술경쟁에서도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차세대 M램 개발을 위해 일본 도시바와 제휴하며 첨단 기술개발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 5년간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하이닉스가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EBITDA:세전ㆍ이자지급 전 이익)은 총 16조2,700억원. 이를 기반으로 하이닉스는 연평균 3조1,860억원의 투자를 지속했다. 그 사이 혹독한 치킨게임에서 승리해 2008년 1조9,210억원 적자에서 2009년 1,910억원으로 흑자반전한 뒤 지난해에는 무려 3조2,7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부동의 세계 2위'인 하이닉스를 누가 인수한다 해도 모기업의 자금 수조원을 긴급하게 수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증권가 등에서 하이닉스 인수 후보기업의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나 배당성향이 낮아지는 데 대한 이기적인 반발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산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든 STX든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기업은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사업을 지렛대로 해 폴리실리콘ㆍ태양광 등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등에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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