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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영화 '암살' 그리고 분단 70년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이 연일 화제다. 영화는 지난 1949년 반민특위의 활약, 1911년 항일병합 직후 항일운동가의 좌절된 의거, 1933년 조선주둔군 사령관 암살을 위한 임시정부의 거사 등 세 사건을 오간다. 이완용의 매국을 시작으로 끈질긴 저항운동을 거쳐 해방 후 친일파 처단이 좌절된 역사까지 박진감 넘치게 담아내며 1,000만 관객 돌파에 청신호를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약산 김원봉의 일대기, 해방 정국의 복잡한 권력구도 등 뒷이야기가 무성한 가운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1945년 8월15일은 해방인 동시에 분단의 출발선이다. 이날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일반명령 제1호를 발표했는데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남에서는 미군, 북에서는 소련군이 일본의 무장해제를 담당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8월27일 남북을 오가는 철도 운행이 전면 중단되고 남북을 오가는 도로의 38선상에 '38선 팻말'과 함께 차단기가 설치됐다.

미국과 소련이 한국을 5년간 신탁통치 하기로 결정하자 조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다. 민족세력과 친일세력이 양분했던 해방 정국은 찬탁 대 반탁, 좌익 대 우익으로 갈라서며 또 다른 분열을 예고했다. 결국 남과 북에 별도의 정부가 수립되며 38선은 남북을 가르는 실질적인 분단선이 됐고 6·25전쟁을 거치면서는 군사분계선(MDL)이 38선을 대체했다.

이처럼 물리적 분단과 정서적 분열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은 그동안 너무나 뜨겁거나 필요 이상으로 차가웠다. 진보정권은 대북 포용 정책을 내걸고 퍼주는 데 급급했다면 보수정권은 북한 고립 정책을 고집하면서 안 주고 버텼다.



분단 70년이 분단 100년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을 넘어 현실적인 대북 정책과 미래 지향적인 통일 정책이 절실하다. 무조건적 포용이나 일방적 고립 정책은 한계를 드러낸 만큼 정교하면서도 전략적인 정책은 필수다. 북한 전문가들은 튼튼한 안보를 버팀목 삼아 북한을 제어하는 동시에 남북 경협을 진전시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일환으로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로 경색된 현 상황에서는 요원하다. 이에 중국 단둥 지역의 조선족 사업가를 통해 북한 위탁가공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탁가공은 북한의 무역기관들이 유휴 기업이나 협동조합, 각 가정(부업 형태) 등에 산재한 생산 라인을 관리하는 만큼 북한의 숙련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5·24 조치 후 연간 최대 4억달러에 달했던 남북 간 위탁가공 사업이 중단되면서 북한 내 위탁가공 네트워크는 상당 부분 붕괴된 상태다. 연구원은 통일 경제를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을 위해서라도 북한의 위탁가공 네트워크를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임금이 미얀마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한 북한의 유휴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고 북한으로서는 체제 위협의 부담 없이 합리적인 틀에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학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다시 영화 '암살'로 돌아오자.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안옥윤(전지현 분)의 총탄 앞에 선 염석진(이정재 분)은 "내가 해방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라며 절규한다. 대한민국의 내일, 그런 절규가 터져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는가. 어느 날 새벽 통일이 대한민국의 빗장을 열고 찾아올 때 "내가 통일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라는 절규를 쏟아내지 않고 새 시대를 당당히 맞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지혜롭게 준비하자. /정민정 성장기업부 차장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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