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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귀족청년을 사랑하다

■ 에로스의 탄생 (후베르투스 쿠들라 지음, 이룸 펴냄)<BR>서양예술 소재가 된 신화역사속 32개 로맨스 분석

19세기 말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이 그린‘아스파시아 집에서 알키비아데스를 찾는 소크라테스’


최인훈의 소설 ‘구운몽’에서 주인공 독고 민은 여자 친구와 함께 고대를 배경으로 한 고고학 영화를 보고 있다. 여자가 독고 민에게 묻는다. “민, 저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독고 민의 대답이 걸작이다.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온갖 소설과 영화, 미술의 가장 중요한 소재다. 신화도 마찬가지다. 그리스ㆍ로마 신화속 인물들은 정말 죽도록 사랑했다. 사랑이 지나쳐 증오하고 목숨을 건 싸움까지 벌였다. 서양 신화 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김시습의 한문소설집 ‘금오신화’ 의 한편인 ‘만복사저포기’에는 남원의 만복사에서 귀신과 사랑을 벌이는 한 떠돌이 선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민간설화 성격이 강한 이 소설 속에서 사랑은 인간과 귀신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였다. 독일 뮌헨 짐나지움에서 교감으로 재직했던 후베르투스 쿠들라는 ‘에로스의 탄생’에서 서양 신화와 역사 속에서 펼쳐진 32개의 로맨스를 추적하고 있다. 파리스와 헬레나,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제우스와 헤라, 큐피드와 프시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디도와 아이네이아스.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이들 연인들이 이 책의 소재다. 소크라테스, 카이사르, 클레오파트라, 안토니우스 등 실재 그리스ㆍ로마 인물들도 그의 분석 대상에 빠지지 않았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는 10여쪽 남짓이다. 그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등 호메로스의 원전에서 그들의 로맨스를 묘사하는 대목을 뽑아 욕망과 유혹, 배신, 증오, 이별 등 남자와 여자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다양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보여준다. 그저 신화 속 인물들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시 주워담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적 시각도 곁들였다. 디도와 아이네이아스 편을 보자. 사랑이 전부였던 여자인 페니키아의 여왕 디도는 사랑이 전부가 아니었던 트로이인 아이네이아스가 그녀를 버리고 떠나자 절망한다. 결국 가슴에 칼을 깊숙이 밀어 넣고 꽃다운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디도. 저자는 그녀를 사랑에 배신 당하고 격심한 정신적 동요를 겪은 후에 벌어지는 모든 자살의 원조와 같은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포세이돈의 아들인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아리아드네는 사랑에 빠진 여인이 고독한 해변에 버려져 울고있는 이미지의 대명사로 문학과 예술에서 다뤄진다.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리스의 청년 귀족 알키비아데스와 소크라테스의 우정에 대해 저자는 “지혜로운 자들은 대개 끝에 가서는 아름다운 것에게로 기우는 법”이라는 프리드리히 휠덜린의 시를 인용해 어떤 식으로든 둘 사이에 사랑이 있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단정한다. 저자는 각 장 후반부에 이들 인물들을 소재로 한 희곡, 미술, 음악, 영화 등을 꼼꼼하게 담아놓았다. 이들 인물들이 후세의 작가들에게 어떤 식으로 요리되고 재해석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이들 연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로 인해 주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으며, 그들의 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들려준다. 사랑이 밥을 먹여주냐고 비꼬는 사람에게 한 드라마 작가는 적어도 자신에게는 사랑이 밥을 먹여 준다고 응수한다. 사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주제가 사랑이니 그의 밥벌이의 절반 이상은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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