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하게 될 김용 신임 세계은행 총재의 어깨에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이 얹혀 있다.
당장 미국과 유럽 등이 주도하던 세계은행의 지배구조에 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 신흥국가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고 '가난한 나라'를 돕던 기존의 단순한 업무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는 글로벌 세력 간 입장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내정자 입장에서는 선진국들의 돈줄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흥국에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지난해 개발도상국 대출금으로 570억달러를 풀었으나 올해는 자금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최대 5조달러의 여유 자금을 확보한 신흥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신임 총재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재가 자금줄을 무기로 세계은행 안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신흥국과 미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버트 졸릭 현 세계은행 총재는 중국 출신 인사를 부총재에 앉힐 정도로 친중(親中) 행보를 걸었으며 김 총재 역시 어떤 식으로든 신흥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침체 가장자리에 서 있는 글로벌 경제도 앞으로 그의 행보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은 세계은행의 최우선 과제이지만 현실이 만만치 않다. 그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고용창출이 세계은행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각국이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일명 '중산층 국가'들에서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 수가 1만3,000명에 달할 정도로 비대해진 세계은행 조직을 김 총재가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취임 초기 조직개혁에 나섰다가 만만치 않은 내부 반대에 시달리며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김 내정자는 최근 미 재무부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세계은행의 경우 국가별로 직원 쿼터가 사실상 정해져 있는데다 조직문화가 딱딱해 수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김 내정자가 다트머스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금융위기로 기부금이 줄어 학교 재정이 어려워지자 70명의 직원을 과감히 해고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ㆍ경제 측면에서는 사실상 이렇다 할 경험을 쌓지 못한 '자질론'도 그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특히 2000년 조이스 밀렌 미 윌러메트대 교수 등과 함께 쓴 저서 '성장을 위한 죽음'과 관련해 반(反)성장주의자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보건복지 전문가로서 인간과 사회가 경제발전의 경로를 걷도록 하는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며 "하나의 배경(경제학)을 가진 것보다 광범위한 업무수행능력이 빈곤퇴치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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