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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0월 15일] 우리 건강보험의 과제

얼마 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건강보험개혁법이 상하원 모두를 통과했다. 미국의 건강보험제도는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개혁을 시도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웠다. 불합리한 제도라도 이미 거대한 이익집단이 뿌리내렸고 그들은 중요한 고비마다 개혁을 좌초시켰다. 그래서 건강보험개혁법은 링컨의 노예해방법에 비견될 정도로 획기적 법안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성 강화 미국의 의료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지난 2007년 1인당 의료비는 7,500달러로 OECD국가 평균의 2배, 한국의 3배이다. 미국 의료시스템은 민간보험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국민이 5천만명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비싼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인의 기대수명과 유아사망률 등 건강지표가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부끄러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료보험증이 하나의 특혜처럼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만이 의료보험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보험증이 없는 일반 서민들은 아플 때마다 진료를 포기하면서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건강보험증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 속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제도로 뿌리내렸다. 전국민 건강보험도입 이후 우리의 건강수준은 놀라운 정도로 향상됐다. 평균수명은 OECD 평균이 79세인데 우리는 79.4세이며 영ㆍ유아 사망률은 OECD 평균 4.9명보다 낮은 4.1명이다. 세계적인 씽크탱크 기관인 콘퍼런스보드의 캐나다본부는 OECD 국가의 건강수준 및 진료결과 등에서 우리나라를 5위로 평가했다. 지난 30년간 건강보험제도가 우리국민의 건강향상에 미친 성과로 꼽을 만하다. 또한 이것은 미국이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을 부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건강보험은 아직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보장성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4%수준으로 선진국의 80%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한정된 재정으로 전체 보장수준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아 선택한 것이 비용 부담이 큰 질병에 재정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율을 지속적으로 높인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보장성 강화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또 다른 문제는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적은 부담으로 많은 혜택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구 고령화와 고급의료 선호로 의료비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데 보험료는 제자리걸음이다. 국민경제가 어려웠던 지난해에도 건강보험 급여비는 13% 증가한 반면 보험료는 동결됐다. 이런 상태에서 재정적자는 피할 수 없다. 건강보험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율은 독일 15%, 프랑스 13%, 일본과 대만의 8~9%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므로 보장성이 강화되도록 적정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비급여 영역을 보험급여에 포함시키고 불필요한 사적 의료비의 증가를 막아 국민 개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준다. 보험료 인상도 뒷받침 돼야 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지만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우리의 1/3에도 못 미치는 선진 유럽의 사례에서 이미 오래 전에 검증된 사실이다. 올 들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빨간 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보험료 수준으로 노인인구증가, 고가의료기술의 발달, 의료욕구의 급격한 팽창 등을 감당하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신속한 방안마련이 없으면 보험재정은 상시 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의료비를 부담하는 미국의 사례가 우리의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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