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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속에 담은 공간의 기억

설치작가 서도호, 6월3일까지 리움서 개인전

서도호‘별똥 별’ /사진제공=삼성미술관 리움

집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기에 그 안에 사는 사람을 대변하며, 문화 정체성까지 투영한다. 백남준과 이우환을 잇는 세계적인 한국작가 중 한사람인 서도호(50)는 "집(home)은 자화상"이라 말했다. 그는 "집은 옷이고 옷 역시 건축적"이라 했으며 그리하여 "집을 공간에 옷을 짓는 일이라 생각해 천으로 집을 지었다"고 얘기했다.

그의 생각을 담은 작품들이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 설치됐다. 22일 개막한 서도호의 '집속의 집'은 리움이 처음 기획한 국내 생존작가의 개인전이라 더 의미 있다.

동양화가 산정 서세옥 화백의 아들로 창덕궁 연경당(演慶當)을 본 떠 지은 성북동 집에서 자란 서도호에게는 한옥이 익숙했다.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으로 유학 간 그는 서양식 아파트의 불편함에 몇 날 동안 잠을 설친 뒤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집안 곳곳을 줄자로 재기" 시작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낯선 느낌은 한옥의 경험과 서양 건축에 대해 연구하게 했고 그 결과로 서도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집'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옷도 '짓는' 것이고 집도 '짓는' 것. 그는 반투명한 은조사(銀造紗)로 집을 지었다. 2005년 작인 '북쪽 벽'이 있고 최신작인 '서울 집/서울 집'도 전시 중이다. 한옥은 하늘빛을 닮은 옥색이다. 올을 따라 한땀 한땀 엮어 지은 집은 크기만 70%정도 줄어들었을 뿐 기왓장과 서까래 문설주와 창살 하나하나까지 단아한 선비의 집 그대로다. 작가가 표현하려 했던 것은 '공간의 기억'이다. 따라서 그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담아 천 위에 옮겼을 뿐이지만 관람객은 집의 형태와 구조는 물론 온기와 바람까지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파란색, 보라색으로 지은 뉴욕의 스튜디오, 베를린의 집 등이 함께 선보였다. 바느질된 천들이 겹쳐진 것은 집이 갖는 '의미의 층위'을 암시한다. 개념 뿐만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상당히 아름답다.



또 다른 작품 '별똥별'과 '집 속의 집'은 미국 생활을 시작한 한국인 작가의 문화적 충격을 형상화 했다. 성북동 한옥의 모형이 뉴잉글랜드의 아파트 모퉁이에 날아와 박힌 형태다. 아파트는 쪼개져 열려 있기 때문에 관람객은 미니어쳐로 제작된 그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작업 중인 책상과 음식이 든 냉장고, 지구본이 놓인 서재와 정돈된 침실까지. 작가는 "한옥은 반쯤 열린 공간인 반면 서양의 공간은 외부와 단절된 세계 같았다"며 "충돌의 장면이 갈등과 대립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강조하고자 한 것은 '연착륙'이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서도호는 또다시 천으로 지은 집을 접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과 히로시마 시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으며 광주비엔날레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에서의 단체전도 잡혀 있다. 이번 전시는 6월3일까지 계속된다. (02)201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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