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피팅을 경험한 골퍼들의 상당수가 얼마 후 다시 피팅 전문점을 찾는다. 피팅을 했는데도 스코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일선에서 일하면서 불만족의 원인을 생각해본다. 피팅 전문가인 피터(fitter)와 고객인 골퍼 사이의 의견 차이에서 하나의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객이 찾아오면 피터는 일단 골퍼의 데이터를 만든다. 여러 차례 스윙을 시키면서 헤드스피드와 스윙 타입 등을 살펴 자료를 작성한다.
스윙분석장치를 통해 나타나는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피터는 예컨대 무게 60g에 플렉스(경도) SR 스펙의 샤프트를 추천한다. 하지만 고객은 스윙을 하기에 버겁다는 반응을 보인다. 무게가 50g대로 가볍고 플렉스는 S로 좀더 뻣뻣한 것으로 바꿔주니 한결 편안하다고 한다.
피터의 고민이 커지는 순간이다.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헤드에 시험 삼아 후자의 샤프트를 꽂을 수도 없다. 맞지 않는다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 수 있는 피터는 많지 않다. 골퍼의 의견에 이끌려가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무조건 데이터에 맞춰 피터의 의견대로 조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스윙분석의 결과인 수치, 그리고 골퍼의 느낌도 모두 중요하다. 데이터가 기준이라면 실제로 나타나는 샷의 결과는 감이 결부된 것이다.
데이터와 감이 일치하는 경우는 서로의 만족감이 크고 대부분 결과도 좋다. 반면 피터가 추천한 사항과 내 감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멘털(심리)의 게임이라는 골프에서 '믿음'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내 아마추어 강자인 K씨는 샷이나 퍼트를 하기 전에 원하는(예상되는) 샷과 퍼트의 이미지를 그린다고 한다. 막연하게 치는 것에 비해 골프가 훨씬 쉽다고 말한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피터는 스윙 데이터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샤프트를 권하는 것이 의무다. 골퍼는 특별히 선호하는 스펙이나 제품이 있겠지만 피터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한다. 스윙 데이터와 실제 감각을 모두 충족시키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피터와 골퍼의 충분한 대화가 필수다.
옷을 수선할 때도 제3자의 눈에 비치는 모습과 내 자신의 느낌은 다를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부분이다. 접점을 찾고 그 결과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면 멋진 샷을 날릴 확률이 훨씬 높아지리라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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