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윤혜진의 '다시보는 생명윤리'] (4) 낙태, 은밀한 살인

사진 = 미국중학교 성교육 영상 캡쳐

사진 = Allbeggars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홀로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진공청소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한 굉음이었다. 평상시 볼 수 없었던 약간의 빛이 들왔고 강력한 압력도 느껴졌다. 압력을 버텨보려 벽을 붙잡았지만 강력한 압을 이기지 못해 빨려 들어갔다. 차디찬 가위가 배, 다리, 팔, 머리를 사정없이 잘랐고...내 몸은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어졌다. 이것이 태아가 모체에서 겪는 낙태의 모습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 국가다. 국내 10대 부모 10명 가운데 2명꼴로 임신중절 경험이 있다. 부끄러운 오명에서 벗어나 낙태를 줄이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강력한 법적 규제? = 우리나라 현행법 역시 몇 가지 예외 상황(강간, 근친임신, 유전적 질환, 임신이 산모건강 해칠 경우)을 제외하고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낙태 1위 국가인 것을 비추어 봤을 때 규제만이 현실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실제로 규제는 ‘낙태 불법 시술’이라는 은밀한 암시장을 형성했다. 낙태 의뢰 비용은 태아의 임신개월 수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으며 심지어 낙태가 위험하지 않고 안전하다며 종용하는 의사도 있었다.

따라서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적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피상적인 성교육 = 낙태는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주로 발생한다. 그들은 성관계 당시 피임을 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며, 피임했더라도 잘못된 방식으로 해 임신하게 된다. 낙태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못 하며 낙태 시술이 산모에게 초래하는 위험성과 후유증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누구도 이들에게 실질적인 피임법과 낙태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서 어디에도 피임과 낙태 절차에 관한 설명과 낙태 후유증 등이 가져오는 위험성은 설명되지 않았다. 실제로 중·고교에서 시행되는 성교육 또한 형식적이며 설명을 나열하는 수준이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첫 성관계 평균 연령은 13.6세로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피임률은 40%에 불과하다. 낙태 문제의 더욱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들에게 ‘현실적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미국의 성교육 현장 = 미국 성교육 현장의 피임 수업은 아주 현실적이다. 실질적인 성기 모형의 교구에 직접 콘돔을 끼어 보기도 한다. 교사는 콘돔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까지 보여주며 설명한다. 낙태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자칫하면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낙태 과정뿐만 아니라 낙태 후 후유증까지 보여준다. 낙태에 관한 강력한 법안 마련을 논하기에 앞서 현실에 맞는 교육부터 제대로 이루질 필요가 있다.

현재 불법 낙태에 대한 감시·수사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이 맡아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낙태를 줄이기 위한 제도를 주로 연구하고 집행은 보건소와 지자체가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낙태율이 가장 높은 중·고교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 연구는 어디에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낙태율을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의 모순이 낙태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