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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동탁 vs 反 동탁 연합군 전투는 "치킨게임"

■ 삼국지와 게임이론 (자오융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br>'삼국지'속 주요 인물·사건을 게임이론에 대입해 재해석


중국 고전 '삼국지'가 노벨경제학상에 빛나는 게임 이론을 만났다. 중국대륙을 평정하기위한 장수와 지략가들이 벌이는 무한 경쟁 에는 '죄수의 딜레마''치킨게임' 등 현대적 게임이론이 숨어있다. 사진은 영화 적벽대전의 한 장면.

후한을 차지한 동탁을 토멸하기위해 조조ㆍ손견ㆍ원소 등 18제후들이 190년 반(反)동탁 동맹군을 결성하고 그를 압박한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삼국연의에 따르면 당시 동맹군의 병력은 28만에 이르렀다. 동탁의 부대가 병력에서는 열세였지만, 전진 기지에는 사나운 장수 화웅이 있고, 후방에는 용맹한 여포가 버티고 있었고, 지략이 풍부한 이유가 동탁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반면 동맹군은 숫적으로는 우세했지만 사기 충만한 장수가 부족했다. 허난성 호뢰관(虎牢關)전투 등 곳곳에서 벌어진 싸움에서 병력이 월등했던 연합군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도 승부를 내지 못하는가 하면 번번히 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공학도이자 경영학박사인 저자는 동탁군과 반동탁연합군과의 전투에 게임의 이론을 대입한다. 바로 치킨게임이다. 치킨게임은 국제정치학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 중 하나로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전진과 후퇴라는 두가지 행동을 치킨게임의 공식으로 풀어내면 만약 동탁과 반동탁 동맹군 중 한쪽이 전진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이 후퇴를 선택한다면 전진하기로 결정한 쪽은 아무 노력도 들이지 않고 승리하게 된다. 이론에 따르면 강력한 적수끼리 외나무다리에서 만날 경우, 우위를 선점해야 만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고, 우위를 선점하지 못한다면 싸움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후퇴를 위해서는 물론 더 큰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론에 따르면 스스로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 역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후퇴는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그 기회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일로 레드오션을 초월해 블루오션을 창조하는 전략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동탁과 제후들의 전투에 죄수의 딜레마를 연결한다. 관우가 동탁의 장수 화웅을 베고 유비ㆍ관우ㆍ장비가 동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만 동탁의 목숨을 제거하지는 못했다. 연합군이 조금만 가세해 동탁을 몰아세웠다면 한나라를 부흥시켜 막강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지만, 다른 제후들에게 동탁 추격을 미루고 있었다. 결국 제후들에게 동탁 타도나 한황실의 부흥 등의 공동의 목표는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죄수가 모두 입을 다물고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듯이 이들이 공동목표를 추구했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지만, 군사들이 지쳐 동탁 추격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결국 동탁은 낙양을 떠났고, 연합군은 도읍으로 들어가 어수선한 사태를 수습했다. 저자는 삼국지의 중요한 대목 39가지를 유명한 게임이론을 대입해 풀어낸다. 권력을 둘러싼 이야기 구조를 파헤치고 그 속에 녹아있는 게임 이론을 찾아내 고전적 서사와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의 조우를 확인한다. 직장인이라면 삼국지 한번쯤은 읽었지만, 게임이론으로 풀어낸 저자의 색다른 해석은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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