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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턴스 "살리고 보자" 전격합의
입력2008-03-16 19:27:26
수정
2008.03.16 19:27:26
급박했던 12시간<br>FRB·JP모건 "방치땐 월가 전체 흔들릴수도"<br>"모럴해저드 우려" 명분 보단 "위기타개 먼저" 현실에 무게<br>금융수뇌부 전화회의 이어 대통령 보고 일사천리 진행
지난 1930년대 대공항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투자은행 구명작전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베어스턴스의 구제 요청에서 FRB의 구제금융 결정까지는 1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우려해 베어스턴스 사태를 방치하다가는 월가의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발동한 것이다. 명분론보다는 현실론이 앞선 것이다.
이달 들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베어스턴스에 위기 신호가 감지된 것은 13일 오후. 베어스턴스에 투자한 월가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자금인출(펀드런)을 하기 시작했다. 앞서 12일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가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없다”고 투자자들을 달랬으나 이 약효는 이틀을 가지 못했다. 당일 오후4시30분께 슈워츠 CEO는 절망의 순간에 직면했음을 직감하고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의 결론은 협조금융 요청이었다. 베어스턴스는 ‘월가의 영원한 구원투수’인 JP모건체이스에 제일 먼저 SOS를 청했다. 52번째 생일파티를 즐기던 제이미 디먼 JP모건 CEO는 6시쯤 슈워츠 CEO에게서 전화를 받고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베어스턴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로부터 1시간 뒤 FRB에 상황보고를 하고 협조금융을 요청했다. FRB는 7시30분께 베어스턴스가 통제불능 상황에 빠졌고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판단했다. FRB는 즉각 베어스턴스에 특별조사팀을 투입했다. 재무구조 등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FRB에는 베어스턴스의 SOS에 대해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첫째는 베어스턴스를 방치하고 대신 월가에 사태 확산을 막는 방화벽을 쌓는 것이었고 또 다른 선택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FRB와 뉴욕 연준은 위기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심야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했다.
이튿날인 14일 오전6시 벤 버냉키 의장과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 로버트 스틸 재무부 차관 등 4명의 금융 수뇌부는 긴급 전화회의를 가졌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 회의에서 도출된 것은 JP모건을 통한 우회지원 방안. 베어스턴스를 살리자는 결론에 도달한 순간이다.
미국에 중앙은행이 설립되기 이전인 19세기 말~20세기 초반 미국 금융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던 JP모건과 FRB의 합작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구제금융지원 방침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도 즉각 보고됐다. 뉴욕 연방은행이 재할인율 창구를 통한 베어스턴스 지원 방안을 승인하자 FRB는 뉴욕증시가 개장되기 30분 전인 9시쯤 언론에 이를 발표했다.
/뉴욕=권구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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