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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을 그리고 ‘불안함’이라 읽는다

‘에덴회화’ 시리즈의 장종완 작가 <br>가장 아름다운 것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낯설고 불안한 미래




예술은 기적 같은 힘을 갖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눈앞에 그려내기도 하고, 때로는 쇠락해가는 도시를 되살리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제련소로 번창했던 충남 서천군의 장항읍은 열차 노선이 바뀌면서 인구 1만 명 남짓한 소읍으로 전락했다. 기계음이 끊어진 공장과 버려진 창고가 대변하듯 인적이 끊겼던 장항이 예술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개막한 ‘선셋장항 페스티벌’ 이다. 뮤직페스티벌과 힐링캠프 등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곡창고ㆍ어망공장창고ㆍ금강중공업 공장 등지에서는 ‘공장미술제’가 열려 예술의 힘을 보여줬다.

실험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방문객들을 끌어들였다. 그 중에서도 주(主)전시장인 어망공장을 향하다 보면 벽에 걸린 ‘깨진 액자’가 눈에 띈다.

오랜 시간 버려진 탓에 금이 간 벽면을 따라, 액자도 그 안에 든 그림도 ‘깨져’ 있다. 푸른 하늘을 가르며 솟은 설산과 이를 비추는 새파란 호수 그림은 꿈이 깨지듯 갈라졌다. 영원할 것 같은 영화(榮華)가 허상처럼 무너져 내리는 현실을 꼬집은 것. 이번 공장미술제에 대안공간루프의 추천작가로 참여한 장종완(29)의 설치작품이다.

1999년과 2000년에 개최됐다가 12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제3회 공장미술제에는 28개 미술대학의 대학생 작가와 전국의 10개 대안공간이 추천한 젊은 작가 등 총 130여명이 참여했다.



이상향의 구현과 그 이상이 허상으로 전락함을 보여주는 장종완의 작품은 전시장 내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것들이 모여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고 어색한 자신의 작품을 두고 장 작가는 ‘에덴 회화’라 부른다. 에덴은 낙원과 이상향을 뜻하는 것이지만 그가 만드는 에덴(천국)의 이미지는 “각종 미디어에서 수집한 보편적 미의 기준에 부합하는 풍경과 사물을 재구성한” 것이다. 작가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오히려 이발소그림(대량생산ㆍ유통되는 작자미상의 값싸고 천박한 통속적 그림)이나 종교단체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미인들의 가장 아름다운 신체부위를 모아 조합했더니 예상과 달리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괴물 같은 미녀’가 만들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례로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소나무 분재나 동물원의 부흥을 위해 사자와 호랑이를 교배해 탄생시킨 라이거 등은 낯설고 불안한 아름다움이며 허무하고 슬픈 유머를 자아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장 작가는 “말세(末世)를 논하는 시대에 나의 작업은 종말론에 대한 반발로 보일 수 있다”라며 “‘강한 부정은 긍정’인 것처럼 과장된 행복과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오히려 불안한 미래를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장종완은 지난해 텔레비전12갤러리에서 열린 첫번째 개인전을 비롯해 다양한 그룹전을 통해 자신의 ‘에덴회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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