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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5월 29일] '롤러코스터'와 미디어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긴급속보 형식으로 사건을 상세히 전했다. 그 중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 전 대통령이 부패 척결, 대북 관계 개선, 미국 영향력 축소 등의 업적을 남겼으나 시장 친화적 경제정책 추진, 이라크 파병 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임기 5년이 정치적 투쟁과 부패, 탄핵 시도 등으로 점철된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개정 싸고 여야 격돌 불보듯
또 영국 BBC방송은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부패척결을 약속하며 지난 2003년 취임했으나 민주당이 스캔들과 내분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롤러코스터’는 지상에서 일정한 높이의 공중까지 지지대를 설치한 뒤, 지지대 사이에 레일을 연결해 그 레일 위를 오르내리며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열차를 말한다. 놀이공원 등에 있는 청룡열차ㆍ공포열차ㆍ블랙홀ㆍ은하열차 등으로 불리는 궤도열차가 모두 롤러코스터이다. 높이 올라간 열차가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거나 거꾸로 한 바퀴씩 돌기도 하는데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서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반대로 밖으로 튀어나가지도 않는 것은 구심력(求心力)과 원심력(遠心力)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환호와 외면이 함께 한 일종의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을 원칙ㆍ소신으로 최고권좌에 올랐지만 깨끗한 정치가 오히려 족쇄가 돼 비극으로 막내린 정치 풍운아에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놀이공원에서 한번쯤 청룡열차를 타 본 사람 같으면 겁이 나면서도 스릴을 느끼는 롤러코스터의 매력을 통해 그 참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노 전 대통령이 탔던 롤러코스터는 영원히 볼 수 없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1주일 순연된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격돌이 불가피한 미디어법 개정이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여의도에서 정치판 롤러코스터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문과 대기업들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미디어법이 여야가 꼭 타야 할 롤러코스터다. 이법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범국민적인 여론 수렴이 선결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처리가 불투명하다. 이런 이유로 미디어법 개정은 사실상 롤러코스터 같은 사안이 돼버렸다. 같은 맥락에서 미디어법을 비롯해 금융지주사법ㆍ비정규직법 등 경제관련 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역시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미디어법과 관련,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위) 여야 간사가 25일 노 전 대통령 추모기간 동안 논쟁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27일과 29일 각각 예정된 대전지역 공청회와 지역 종합 토론회 등을 연기하기로 합의, 사실상 미디어위가 파국을 맞고 있다. 일정과 함께 미디어법 개정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여부도 미디어위 여야 추천위원들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추후 머리를 맞대어 풀어야 할 부분이다. 미디어법의 경우 기존에는 신문과 총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ㆍ종합편성ㆍ보도프로그램업체(PP)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는 20%, 종합편성PP의 경우 49%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당이 해당사업자들에게 혜택(야당의 표현)을 베풀다가 나중에 통제가 불능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처럼 미디어 모기업이 계열 방송사에 편성과 제작에 관여하지 않고 오직 수익을 내는지 여부에 따라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의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盧전대통령 서거 이용 말아야
이런 차원에서 여야는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상황을 당리당략에 이용하지 말고 경제회생의 디딤돌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해내는 등 이제 ‘삶의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은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이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차분한 이성으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통합하는 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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