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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식 자본주의 '시험대'
입력1999-11-26 00:00:00
수정
1999.11.26 00:00:00
이형주 기자
게이레츠(系列) 해체를 통한 일본주식회사의 변화에 이어 독일주식회사도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파산위기에 몰렸던 홀츠만은 막판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직접 나서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채권단의 긴급자금 수혈로 일단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독일 정부는 24일 홀츠만에 1억5,000만 마르크를 긴급지원하고 추가로 채권단의 대출금중 1억마르크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파산신청까지 했던 홀츠만은 일단 파산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홀츠만의 파산 위기를 계기로 그동안 독일 기업과 은행간에 유지돼 온 독일식 자본주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 은행들은 기업에 사업 자금을 대주는 대신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하우스방크(HAUS BANK)의 관계를 유지하는 독일식 자본주의의 축으로 기능해왔다.
이때문에 홀츠만의 2대 주주인 도이체방크가 긴급자금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상당히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홀츠만의 지분 15.1%를 보유한 2대 주주. 현재 도이체방크의 이사회 멤버인 칼 뵘 베지히가 홀츠만의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 1870년부터 독일 산업화를 위해 공생(共生)의 길을 걸어왔으며 2차대전후 독일 재건에서도 큰 역할을 함께 담당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홀츠만이 통독이후 동독지역 투자에 실패, 경영난을 겪은 지난 95년부터 도이체방크가 홀츠만의 구조조정에 직접 간여해왔던 것도 이같은 관계에서다. 하지만 지난 15일 홀츠만이 24억마르크(12억6,000만달러)의 숨겨진 손실규모를 밝히자 도이체방크는 더이상 견딜 수 없다며 손을 떼어버린 것.
종전같으면 아무리 손실규모가 크더라도 도이체방크가 홀츠만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91억달러에 미 8위 은행인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하는 등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독일식 자본주의에 연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도이체방크는 또 지난해 12월 자신들이 보유한 300억마르크를 넘는 기업체 주식을 관리하도록 투자은행부분을 독립시키는 등 산업자본 지배를 서서히 줄여나가고 있던 상황. 도이체방크는 당시 홀츠만의 지분 4.1%를 처분하기도 했다.
홀츠만의 파산을 저지, 독일식 자본주의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슈뢰더 총리까지 나서고 있지만 은행의 산업자본 지배를 통한 독일식 자본주의는 거스를 수없는 변화의 급류에 이미 휘말린 것으로 보인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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