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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동산정책 '운용의 묘'를
입력2004-09-21 17:39:55
수정
2004.09.21 17:39:55
김성식<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부동산정책 '운용의 묘'를
김성식
김성식
작금의 부동산시장을 보면 격세지감을 실감하게 된다.
‘투기 공화국’의 부활을 보는 듯했던 부동산경기 과열은 최근 들어 과도하게 꺾이는 모습이다.
부동산경기는 순환적인 측면이나 수급구조, 정책효과 등을 고려할 때 소순환의 하강국면이 막 시작된 듯하다. 특히 참여정부 투기억제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급격한 버블붕괴땐 후유증 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시장의 게임법칙을 실수요 위주로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데다 부동산거래 전산망이 완전히 구축돼 보유현황과 함께 거래현황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모든 과세가 실거래가로 이뤄지게 된다. 이 시스템이 가동돼 10ㆍ29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된다면 주택을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규시장은 물론 기존시장에서 가수요는 서서히 걷히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은 일시적 시장안정을 위해 개별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가격안정을 위해 체질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부동산경기를 연착륙시킬 수 있느냐, 아니면 거품붕괴로 이어져 거시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경착륙시키느냐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과도한 가격상승도 문제지만 급격한 가격하락도 막대한 후유증을 가져오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이 중요한 시점이다.
현 상태에서도 부동산가격 안정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 한정된 자본이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뿐만 아니라 분배구조를 악화시키고 사회분위기 및 가치관이 한탕주의로 흘러 건전한 근로의욕이 저하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거품형성은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운용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 80년대 말 경험했듯이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소득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근로자들은 분배욕구를 분출하고 이는 높은 임금상승으로 이어져 고비용 경제구조의 출발점이 된다. 노사분규의 근원도 따져보면 집값 급등에 따른 분배욕구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급등한 부동산가격이 서서히 빠지지 않고 급격한 버블붕괴로 이어질 경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은 전ㆍ월세가격 등 임대지표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자율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강도 높은 가수요 억제대책까지 시행되고 있어 부동산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10ㆍ29 대책 이후 기존 부동산시장은 가격하락이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어 대체로 연착륙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 집값이 본격적인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최근 2∼3년간 막대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가계의 부실이 심화하고 이것이 다시 금융부실로 이어져 거시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질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기존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에는 저금리 기조의 유지가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신규분양시장의 침체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거시경제 여건이 과거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시행시기와 달리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은 주택을 투자수단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면 실수요까지 급격하게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내수경기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주택건설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국내 주택건설업체들의 경우 선분양하에서는 그 자체의 역량에 비해 과도하게 사汰?벌일 수 있는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호황기에 부풀려놓은 사업들이 수축기에 들어서면 그만큼 일시에 자금흐름의 위기에 몰리는 특성이 있다.
충격조치 서서히 풀어 연착륙을
신규분양시장의 냉각이 올해 말을 지나 내년 초까지 지속되면 이미 부분적으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연쇄 부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건설산업 전반의 유동성 압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정책당국은 거시경제 여건을 고려해 정책효과가 부동산투기 진정효과를 넘어 버블붕괴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투명화, 공급확대, 수도권 집중 억제 등 부동산정책의 인프라로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은 일관성 있게 추진해 다시는 투기가 만연하지 않도록 차제에 학습효과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주택거래신고제 등 일시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기 위해 도입했던 응급 행정조치들은 서서히 풀어 최소한의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입력시간 : 2004-09-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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