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공연예술 통합전산망=그간 시장을 대표하는 통계가 없어 정책 수립에도 애를 먹었던 공연시장을 위한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이 지난 7월24일 16개 국공립 공연장의 참여 속에 시범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 티켓 유통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민간업체들이 빠진 것. 게다가 지난해 말부터 오는 4월까지 5개월간 '시스템 고도화'를 이유로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연극·무용·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가 묶이는 데서 비롯된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이해구조도 제작자, 공연장, 티켓 판매사업자 등으로 나뉘는데다 일부 제작사들은 정보 공개의 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인다. 흥행 실패작의 경우 매출 같은 민감한 정보가 공개되면 차기작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데이터 구축 이외의 좌석공유제나 통합예매 시스템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제작자와 유통사의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통합예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판매량 믿지 못하는 출판시장=절름발이지만 통합전산망 시범가동이라도 시작한 공연계가 출판업계보다는 낫다. 민감한 매출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더욱 꺼리는 출판업계는 판매량과 소득을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식 어음거래 습관으로 대금 지급이 즉시 이뤄지지 않고 유통구조를 확인할 수 없는 뿌리 깊은 내부 불신(不信)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출판업계는 영세한 상황을 핑계로 볼멘소리만 할 게 아니라 소득과 판매량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세제혜택이나 지원책이 가능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형 서점이 구성한 서점연합이 공동구매 창구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물량 확보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도 대안이다. 장기적으로는 도서거래 전산망 등의 시스템 확보가 필요하다.
◇돈세탁으로 악명높은 미술시장=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2013년의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3,249억원이지만 화랑과 경매, 아트페어 거래를 집계한 이 수치가 미술시장의 전부라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위 '프라이빗 딜링'이라 부르는 개인 간 거래가 포착되지 않는 만큼 실제 규모는 수면 아래 빙산일 수도 있다. 미술은 편법 증여와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돼 수차례 거래를 거치며 소유현황이 흐려지면 '돈세탁'까지 가능해진다. 그런데다 소장가치와 장기적 투자가치도 있으니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에 정부는 '미술품 거래정보 온라인 제공 시스템' 도입이라는 강수를 뒀다. 미술시장을 투명화하는데다 미술 향유에 대한 안목이나 투자 성공에 자신이 없어 시장 진입을 주저하는 신규 수요자를 정보 제공을 통해 끌어들이자는 시장 확대 의지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의욕과 달리 현실성은 의문이다. 작가가 지인이나 친척 등과 짜고 작품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거래조작'이 가능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투명한 유통 시스템이 확보돼야 미술품에 대한 과세는 물론 세제혜택의 근간이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거래 투명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활동 중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한국미술품가격인덱스 등의 민간업체들이 있음을 고려해 이들을 지원하거나 경쟁체제를 적용, 시장논리에 따르는 자율적 운영을 독려하는 것도 해법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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