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임금상승률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2년 임금동향과 2013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99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3% 올랐다. 이는 2011년 임금상승률(1.0%)보다 4.3%포인트 높은 것이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임금상승률도 2011년 -2.9%에서 지난해 3.1%로 반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을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3.7%에서 2.0%로 1.7%포인트 떨어져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임금상승률은 대체로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추이를 그리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의 높은 인금상승률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2009년 2.6%, 2010년 6.8%, 2011년 1.0%를 기록했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각각 0.3%, 6.2%, 3.6%였다.
증감 폭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근로자 임금과 GDP가 큰 그림에서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김동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임금 수준은 보통 연초에 노사 간 임금협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전년도 말과 연초의 경기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며 "2011년 말과 지난해 초만 해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나라 경제 상황도 호전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지난해 높은 임금상승률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난해 근로자 임금이 눈에 띄게 오른 것은 2011년 임금상승률이 1%로 억제됐던 데 따른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과 2011년 경제성장률은 높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남아 있어 임금 상승이 억제됐다"며 "억눌려왔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서 지난해 높은 상승률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과 올 초의 부진한 경제상황이 임금에 반영될 확률이 높은데다 올해 세계경제도 크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세계경제 상황과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공무원보수 인상의 둔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올해 임금상승률은 4.5% 정도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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