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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본전쟁, 한국의 길을 찾는다] <3> 제로금리도 WM으로 돌파한다

글로벌IB "슈퍼리치 자산관리 돈 된다"… 亞 시장까지 눈독

"안정적 수익 가능" 조직 바꾸고 사업 역량 강화

씨티·모건스탠리 등 전체 실적 42%까지 차지도

뉴욕·런던금융가, 자산 급증하는 亞 부호 정조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의 규제 강화로 자기자본 거래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자 지난 2012년부터 부유층의 자산관리와 예금·대출 업무에 주력하는 프라이빗뱅킹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개인대출 시장에까지 눈을 돌리며 자산관리(WM)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런던지사 WM부문 사무실. /자료=골드만삭스


세계적 투자전문그룹 포트리스(Fortress Investment Group)가 위치한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고층건물 1층 로비에 검은색 리무진이 멈춰 섰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수행원 세 명이 초로의 한 신사를 수행해 10층 프라이빗 뱅커룸으로 이동했다. 이 신사의 방문에 같은 건물의 부동산투자자문사가 이용하는 승강기까지 잠시 멈춰 섰다. 투자자산만 3,000만달러(300억원 이상) 넘게 굴리고 있는 '울트라 초고액자산가(Ultra-High Net Worth·UHNW)라고 부르는 VVIP 고객의 등장에 1층 로비 전체가 숨을 죽인 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은 기존 IB 사업을 축소하고 포트리스 로비에서 우연히 기자와 마주친 초고액자산가를 유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스코피오파트너십에 따르면 전 세계 200대 은행의 전체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WM) 운용 규모는 20조달러가 넘는다. 특히 UBS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WM 운용자산 2조350억달러, 2조250억달러로 치열한 1·2위를 다툼을 벌이고 있고 BOA메릴린치(1조9,840억달러)가 바짝 뒤쫓고 있다. 후발주자인 JP모건은 지난해 18.5%나 WM 자산을 키웠고 BOA메릴린치(6.3%)와 모건스탠리(6.1%) 등도 운용자산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대형 IB가 과도한 자기자본 거래를 한 것이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볼커 룰 등 IB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지자 새로운 돌파구를 WM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악화한 시장상황도 채권과 주식·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데 한계를 가져왔지만 제로금리에 가까운 초저금리는 고객의 WM 수요를 한껏 진작시켰다. IB 입장에서도 초고액자산가의 자산은 패키지 금융상품으로 교차판매(cross selling)하며 다양한 수익 기회를 만들 수 있었고 직접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고객의 투자업무를 주선·자문하면서 전통적인 IB 업무로 안정적 수수료 수입도 챙길 수 있었다. 조직개편과 인사체계도 WM 사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프라이빗뱅킹(PB) 부문에서 부유층의 자산관리 업무를 시작했고 모건스탠리는 PB들의 업무평가를 위해 수수료 기반 성과체계(fee-based model) 구축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WM에 승부수를 던진 지 7년. 잠재력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을 비롯한 월가 대형은행이 올 1·4분기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데는 WM이 자리하고 있다. 1·4분기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7%로 4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씨티도 1·4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48억달러를 기록하며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의 뒤를 이어 파산할 IB로 지목됐던 모건스탠리는 2007년 3·4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의 ROE(14.2%)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전체 실적 중 42%가 WM 부문에서 나왔다. 이들 은행뿐 아니라 메릴린치(WM)와 US트러스트(PB)의 매출은 47억달러에 이른다. BOA의 전체 매출 중 22%에 해당한다. 웰스파고 역시 전체 매출(212억달러)의 17%를 WM 부문인 웰스파고어드바이저스에서 올렸다.

WM 열풍은 영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런던 금융가인 시티에서 만난 캔토 피츠제럴드의 한 임원은 "PE 업체들조차 WM M&A를 추진하고 있다"며 "WM은 영업 레버리지가 좋아 수익성이 비용 상승폭을 단기간에 앞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3년 사이 영국계 보험사 스탠더드라이프는 스킵턴빌딩소사이어티의 WM 부문을 인수했고 래스본브러더스는 주피터애셋매니지먼트의 개인고객(charity investment management)사업부문과 틸네이애셋매니지먼트의 런던 사업을 인수했다.

뉴욕과 런던의 금융가는 이제 아시아를 정조준하고 있다. 아시아 부자들의 자산 규모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RBC 웰스매니지먼트의 아시아태평양웰스에 따르면 투자 가능 자산 3,000만달러 이상인 아시아 고액자산가 수는 지난해 43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씨티그룹은 향후 5년간 아시아 WM 고객 수를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관계자도 "아시아의 WM 사업을 관장하는 조직과 직원 수를 10% 정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 자유화에 적극적인 중국도 WM 사업 허용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베이징에 진출한 국내 금융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국 증권사는 컨설팅 서비스만 제공할 뿐 매매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었다"며 "중국증권업협회가 증권사들에 WM 사업 준비를 위한 안내문 발송을 이미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전문인력 확충,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등 어느 것 하나 갖춰진 게 없다"며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팀장 손철 증권부 차장대우, 김현상기자(서울), 서민우기자(베이징·상하이·도쿄), 노현섭기자(자카르타), 송종호기자(뉴욕), 지민구기?

/취재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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