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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협상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치권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미국 측이 쌀을 협상 대상으로 거론한 데 대해 협정 비준권을 가진 국회 등 정치권이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나섰다. 특히 한미 FTA 체결에 긍정적이던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에서 농업 분야 양보를 전제로 한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쌀 문제는 한미 FTA에서 거론조차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 측이 쌀 문제를 들고 나와 협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면 협정의 국회 비준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미국이 쌀 문제를 들고 나와 쇠고기 문제를 양보 받으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미국이 무리하게 우리 정부의 양보를 요청한다면 우리 정부 협상단은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단단한 각오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국회 한미FTA체결대책특위 위원장인 홍재형 최고위원은 “쌀 문제가 나오면 정부가 협정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당의 강한 입장”이라며 “정부가 쌀뿐 아니라 다른 농산물도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위원은 또 "자동차와 섬유 분야에서 한국 상품의 미국시장 접근을 확대하지 않으면 한미 FTA를 체결할 이유가 없으며 국회에서 비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의 변재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이날 집행회의에서 “우리 농민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마련한 쌀 시장 개방일정도 감당하기 벅차다”며 “더 이상의 쌀 시장 개방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FTA 체결에 찬성 입장을 보이던 한나라당도 농업 분야에 대한 신중한 협상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한미 FTA 체결은 불가피하지만 농업ㆍ자동차 등 일부 분야는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경남 김해를 방문해 이 지역 당원협의회 당직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민 정서상 경제논리로만 계산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으로 이는 우리 요구대로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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