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단청에서 시작된 문제는 목재수급, 기와의 흡수율과 강도 문제, 석축 공사의 크레인 사용 등 총체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공사의 고질적 문제인 면허증 대여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한 해 수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문화재 보수와 수리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잡음과 비리가 형성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와 앞으로 문화재 수리, 보수업계에 진출을 원하는 지원자에게 실망과 더불어 의욕 상실까지 주고 있다.
특정집단 보수관리 독식 문제키워
특히 다음세대까지 잘 보존돼 물려줘야 할 문화재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만의 독식과 그들만의 카르텔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문화재 관리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관심 있는 학생과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계에 비밀주의가 난무하고 '문화재 마피아'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마피아 집단에 들어가야 참여할 수 있고 이익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서로 보호하고 특정집단의 비호도 받는다.
이런 식이라면 문화재의 원형 보존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제대로 남아 있을 문화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수와 보존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에게 종속돼 있다. 특히 보수기술자 자격증을 고액으로 임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격증을 처음부터 부업형태로 빌려주기 위해서 취득한다. 일부 사업자들은 현행법을 피해 편법을 동원, 자격도 갖추지 않고 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수ㆍ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기간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짧은 것도 문제를 낳고 있다. 문화재보수 공사에 공사 기간을 두는 것은 문화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료와 문헌이 남아 있지 않은 문화재 공사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완벽하게 보수 공사를 진행하려다 보면 공사기간과 공사비 때문에 대충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현실성 없는 공사 기간으로 부실을 야기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관리 검은 고리 끊어야
훼손된 문화재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원인조사와 관련 기관끼리 공문을 주고받는 데 몇 달 걸리고 여름에 설계하면 가을에 확정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할 때 공사를 시작해 연말에 공사를 마쳐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산판에서 좋은 육송을 구입할 시기는 지나가고 결국 수입목재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된다. 또한 목재와 흙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볼 때 찬바람 부는 시기에 문화재 공사를 해서 이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문화재 보수는 국가가 직영 또는 관리공단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수기술자들을 팀으로 구성해 문제가 있는 문화재에 국가(문화재청)에서 직접 한 팀을 파견해 처음부터 끝까지 그 팀 책임하에 공사를 진행시킨다. 팀의 구성은 오래된 경험자와 신참으로 구성한다. 국가가 직영하면 입찰의 비리와 소수 업체의 독식, 자격증 대여 비리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팀으로 구성되면 공사 실명제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며 오래된 경험자들로부터 기술 전수도 쉬워질 것이다. 문화재계 병이 너무 깊다. 지금 개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번에는 반드시 문화재 마피아를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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