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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규모 작고 외자 유출입 문턱 낮아 환율 변동 심해

■ 환율전쟁…원화절상 폭 왜 커지나<br>'위안화 절상' 유탄 맞아 최근 한달새 4.5% 절상<br>亞 통화중 가장 높아<br>주식·채권시장 흔들리면 원·달러 환율도 급등락



G2(미국ㆍ중국) 간 환율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원화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겨냥한 싸움이지만 표적은 꿈적도 하지 않는 가운데 유탄이 서울 외환시장을 맹폭격하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원화가치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14원20전 오른(원화가치 하락) 1,130원90전에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1일 1,198원에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이달 7일에는 1,120원대를 깨고 1,114원까지 내려갔다가 이날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반등을 두고 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따라 역외 달러매도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각국 정부의 속도조절에 따라 우선은 차익실현을 하자는 분위기"라며 "한달 새 50~60원 절상된 상황에서 10원 절하된 것이 추세전환의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달러와 위안화의 환율전쟁에서 원화는 빠른 절상과 변동성 확대라는 두 가지 리스크에 휩싸이게 됐다. 이달 들어 원화가치는 4.5% 오르며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취약한 외환시장=우리나라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환율전쟁이라는 악재도 있지만 미시적 요인으로는 우리 외환시장 내부의 취약성도 문제다. 시장의 볼륨이 워낙 작은데다 그나마도 외국인이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세계외환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하루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438억달러로 전세계 외환시장의 0.9%에 불과하다. 3년 전 조사 때보다 거래규모는 352억달러에서 24% 늘었고 비중도 0.1%포인트 증가했지만 일본ㆍ대만 등 경제구조가 비슷한 이웃 나라들에 비해 턱없이 작다. 반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비중은 39.0%로 신흥국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주식시장이 꺼질 경우 급격한 외화자금 유출에 원ㆍ달러 환율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적정 외환거래 규모를 산정할 수는 없지만 경제규모에 비쳐봤을 때 우리나라 외환거래 규모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라며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외은지점에 몰려 있는 거래주체를 다양화하고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투자 글로벌 자금 환율 복병=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과 함께 글로벌 자금들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들 채권자금은 세계 경기 악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또는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인상 및 달러캐리 청산으로 급격히 유출될 수도 있는 위험자산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원화채권을 사들이면서 원화절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들고 나가는 채권자금은 금리차익거래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에도 영향을 준다. 환율전쟁에 따른 원화절상 압박과 더불어 뭉칫돈이 유출입되며 발생하는 외환시장 변동성은 원화가치의 급등락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실제 이날 환율의 급반등 역시 채권자금의 움직임에 기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던 국채 면세조치가 재검토된다는 뉴스는 외환스와프를 통해 차익거래를 노리는 역외 외국인에게 대규모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환율전쟁 유탄 우리나라에=미국은 달러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요구와 함께 양적 완화 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은 묵묵부답이다. 관리변동환율제를 갖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를 절상한다 해도 절상폭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변동환율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달러 유동성 확대는 자국 통화 가치의 절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두 강대국의 환율전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이어질 경우 피해는 우리나라 등 신흥국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지지부진한 환율전쟁이 미국과 중국에는 이미 부분적인 만족감을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미국으로서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여타 국가의 통화를 절상시키며 미국의 가격경쟁력에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다. 중국도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적절히 비켜가며 생색(위안화 소폭 절상)을 내 다른 국가 통화 대비 위안화가 절하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화절상의 피해는 이미 수출에서 나타나고 있다. 9월 현재 달러화로 표시한 수출증가율은 17%이지만 원화표시 수출증가율은 12%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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