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시골 장터에는 어린이의 눈과 귀에는 버거울 만큼의 활기와 넘치는 정이 있었다. 시끌벅적하던 그 장터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국민소득의 증가, 소비문화의 다양화, 유통구조의 전문화에 따라 다른 형태의 시장에 그 자리를 내줬다. 요즘 이따금씩 가족들과 함께 필자의 지역구 내의 전통시장으로 장을 보러 나서면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과 '장사가 안 돼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상인들의 애환과 고민을 듣고 보고 직접 확인하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2006년 1,610개 전통시장의 연간 매출은 약 30조원이었다. 2012년 현재 1,517개 시장에 연간 매출 24조원으로 시장의 수는 물론 매출 또한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 설치 및 공용 주차장 마련 등 시설 현대화 사업에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2,000억여원의 국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전통시장'하면 조건반사로 떠오르는 것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라 할 수 있다. 법적 공방이 오가는가 하면 영업시간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형마트와 SSM 등과의 경쟁에서 상대적 약자인 전통시장의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 유통업계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원과 규제 모두 전통시장의 상권과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지원확대, 규제강화와 더불어 병행해야 할 것이 각 시장에 유일하고 특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전통시장 내부의 자체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음식 맛을 볼 수 있는 여느 맛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번듯한 시설이 반드시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뚝배기보다는 장맛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전통시장 상권에 인접한 주변 환경과 문화 등의 특성을 흡수해 소위 '테마가 있는 시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전통시장마다 독특한 스타일로 블루오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전통시장에 적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특화할 수 있는 상인들의 유연함, 창의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바탕으로 전통시장의 르네상스를 이뤘으면 좋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