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마저 2분기 연속 3.0%대로 떨어지면서 '저성장ㆍ고물가' 기조가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올해 성장률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전망한 4.5%, 4.3%는 물 건너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내년에도 유럽ㆍ미국 등 대외변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을 경우 정부 예상치인 4.5%는 물론 4.0% 성장도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민간소비ㆍ수출 모두 삐걱=성장세 둔화는 우리 경제의 양대 동력인 민간소비와 수출이 모두 삐걱거리고 있는 탓이다. 우선 9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전세금 급등, 물가상승 등의 여파로 민간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3ㆍ4분기 민간소비는 2ㆍ4분기보다 0.3%포인트 떨어진 0.6% 상승에 그쳤고 전년동기 대비로는 2.2%로 전분기의 3.0%보다 하락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으로도 물가부담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소비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16.8%의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은 2ㆍ4분기 9.6%로 떨어졌고 3ㆍ4분기에는 9.4%까지 하락했다. 특히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 및 재정위기로 흔들리면서 수입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포럼에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전망했던 170억달러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4ㆍ4분기부터 근원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물가 추월=이처럼 성장률은 둔화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고공비행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급등했던 국제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공급 측면의 물가압력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유가상승이 소비 제품의 가격인상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근원물가는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도 이날 "기조적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4ㆍ4분기부터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원물가가 높아지는 데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는 임금과 각종 서비스 요금을 끌어올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임금상승은 기업들의 비용증가로 연결돼 각종 제품가격의 인상을 유발한다.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4.0%를 웃돌았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4ㆍ4분기 소비자물가는 3.0% 후반대로 다소 안정되겠지만 이는 지난해 하반기 물가가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어 실질적으로는 4.0%에 달할 것"이라며 "한번 높아진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은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고물가 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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