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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기업들 "고맙다 엔화 약세"

출구전략 지연따라 "中 시장 경쟁력 강화등 실적 개선" 기대감


강세 국면을 유지해 온 일본 엔화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약세 기조로 돌아서며 일본 수출업체들의 이익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2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 당 93엔 후반 대에 머무르며 3일 연속 상승(엔화 약세)세를 유지했다. 전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 당 94엔까지 상승한 끝에 93.82엔에 마감하며 지난해 8월28일 이후 7개월 기준 가치 저점을 기록했다. 엔ㆍ유로 환율도 이날 유로 당 127.56엔까지 오르며 두 달 기준 저점을 보였다. 폴 맥클 HSBC은행 환 투자전략가는 "이미 급격한 변동이 있었지만 엔화 약세는 더 지속될 것 같다"며 "시장이 한동안 그리스 문제에 고착됐으나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기타 통화 대비 엔 약세"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89~90엔 선에 머물렀던 엔화 가치가 이처럼 빠르게 하락하는 이유는 주요 선진국 중 일본이 가장 늦게 출구전략에 돌입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관련이 깊다. 일본은 9개월 연속 물가가 하락하며 선진 경제권 중 유일하게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날도 간 나오토(菅 直人) 일본 재무상은 "경제 회복을 위해 1조 엔의 긴급 자금을 시장에 풀 계획"이라 밝혔다. 일본에서는 경기판단지수인 단칸지수가 4분기 연속 증가하는 등 회복 조짐도 엿보이고 있으나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새로운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 무게를 두는 시각이 다수다. 일본은행이 이달 말 회합에서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실시한다면 엔 가치는 더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유키 사카사이 바클레이즈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기대가 달러와 엔의 관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미국의 출구전략이 조금씩 가시화되며 금리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캐리 트레이드가 촉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회계연도 마감일인 3월31일을 전후해 일본 수입기업들의 결제 및 기관 투자자들의 외화자산 투자 확대를 위해 엔 매수 수요가 줄어든 점도 환율 약세에 힘을 보탰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는 일본 경제에는 희소식이 될 수 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 당 90엔 선에서 1엔 가량 상승할 경우 도요타자동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250억엔(2억6,700만 달러) 가량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혼다 및 니산의 연간 영업이익도 1엔당 각각 150억엔, 100억엔 가량 움직일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수출 기업들이 예상 환율을 달러 당 91엔 선에 두고 있어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엔화 약세는 또한 일본 경제의 발목을 죄고 있는 디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수입 상품 가격이 올라 물가를 자극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소비를 줄이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위기 이후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높여줄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위안화가 2008년 7월 이래 사실상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어 달러 당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중국시장에서 일본 상품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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