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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61> 시간이 흘러야만 알 수 있는 것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단장.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가 만사다’. 어느 전직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사실 모든 일이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니, 누군가를 임명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험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가장 능력이 있고, 많은 인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그 자리에 임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자 바라보는 각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적격 인사라며 적극 추천하지만, 누군가는 ‘경험이 부족하다’, ‘경영과 실무 모든 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비난하기 쉽습니다. 어쩌다 과거에 실수라도 했다 치면 윤리 도덕적인 책임론까지 제기되니, 한 사람의 의사결정자로서 자리에 앉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임명을 둘러싸고서도 ‘인사 파동’ 이슈가 있었습니다. 14일 한국성악가협회·대한민국민간오페라연합회·예술비평가협회·한국오페라연출가포럼 등 7개 단체가 연합한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대학로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긴급 토론회’를 열어 “현 신임 감독의 자진사퇴 혹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임명 철회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성악계 원로들은 한예진 단장 임명 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규 음대 교수로 일해본 경험이 없고, 특정 대학의 산학협력단 특임 교수로 복무했던 순수 예술가가 과연 음악계 전체의 관점을 대변할 만한 국립 예술단체장에 앉을 자격이 있느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그녀와 일해본 적이 있다고 밝힌 연출가이자 어느 협회의 대표는 “훌륭한 성악가다. 그렇지만 국립오페라단장은 다르다. 스스로 원했든 그렇지 않든, 적절하지 않은 인사가 되었다면, 스스로 물러나서 다시 디바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과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새로 임명된 단장인 한예진씨는 올해 44살의 소프라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탈리아, 독일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공연한 바 있고, 여러 오페라 컴퍼니들과 협업하여 연주를 해본 적이 있는 프로 예술가로 현장에서 정평이 나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예로운 자리에 임명받았음에도 논란의 중심에 선 한예진 단장의 마음은 분명 편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경영학자들 역시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만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할 때도 있고, 전문성과 기능적 경험이 중요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임명할지 결정권을 쥐고 있다면 서로 상충되고 있는 두 가치 속에서 늘 갈등해야만 합니다. 또 제3자가 납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 제일 적합한 사람인가가 더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를 통해서 조직 안팎으로 다양한 가치를 실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본다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합(合)이 잘 맞는 인물을 앉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예진 단장이 내부적 평가를 거쳐 그 자리에 앉게 된 것은 나름대로의 장점과 역량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 단장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분명 있습니다. 우선 경영학자들은 CEO나 의사결정권자를 평가해야 하는 지표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꼽습니다. 여러 원로들이 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음악계 내부 생태계에서 충분한 네트워크를 쌓지 못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역량뿐만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도 만들어집니다. 아직까지 소장파로 분류될만한 그녀의 경력을 어떤 능력과 창의성으로 극복할 것인가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는, 문화예술계를 살찌울만한 다양한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줄 아는 지혜입니다.

인사에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잘된 인사라고 추켜세우지만, 누군가는 ‘현실을 모르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옳은 결정이었느냐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자리에 임명받은 사람이 어떤 업무성과를 냈느냐를 봐야만 과거의 결정을 평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는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먹고 사는 게 힘든 판국에 예술을 운운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로 치부했던 역사 탓이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된 한예진 단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해낼 수 있게,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이들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좋은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지 마란 법은 없으니 말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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