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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융성, 지역문화에 있다


<기고>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요즘 '○○로 쓰고 △△로 읽는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을 '지역'에 한번 적용해보자. 그동안 우리는 흔히 '지역'이라 쓰고 '지방'으로 읽었다. 지역을 지방, 즉 서울의 반대말, 혹은 변두리, 더 나아가 조금은 '촌스러움'의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제는 '지역'이라 써진 것을 '문화'로 읽을 때가 됐다. 지역이 지닌 역사·전통·가치는 지역만이 갖는 독특한 문화가 되고 문화는 이제 미래 생존과 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세방화(世邦化·glocalization)' 시대다.

지역은 '지방' 아닌 국가발전 핵심

지역을 온전한 문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지난해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시행으로 열매를 맺었다. 지역문화 진흥의 근간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로 행복한 지역 창조를 위한 방향키 역할을 하게 될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지역을 돌며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지역이 가진 '문화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철강도시 이미지의 경북 포항시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해양도시와 스틸아트 브랜드'를 채택했고 충북 청주시는 연초제조창을 문화 공간화해 지역발전 기지로 삼고 있었다. 강원 원주시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불균형을 문화로 연결하고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었으며 전북 익산은 전통문화 자원으로 지역문화를 디자인해나가고 있었다.

지역이 문화로 활성화되고 나아가 지역문화가 문화융성의 기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낙후된 지역을 거점으로 대형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도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일본 시가현의 나가하마시도 급격히 쇠퇴한 원도심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로 재탄생한 곳이다. 나가하마시는 특히 구로카베 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전통건축물 외관으로의 개조·정비를 추진하면서 지역 명소로 떠올랐고 전통문화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이르렀다.



지역 곳곳에 저장된 삶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어느 것보다 훌륭한 자원이다. 따라서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가는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의 촘촘한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발전과 아울러 지역문화 현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을 계획에 세밀하게 반영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문화융성은 지역문화의 잠재력과 개성과 매력을 깨우고 정체성과 독창성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이렇게 일깨워진 것들이 지역민의 일상에 스며들어 가치를 발할 때 진정한 문화의 힘이 발현될 것이다.

지역문화 개성·독창성 키워내야

이번 정부에서 국정 지표로 삼은 '문화융성'이 단순히 정신적 성취만이 아닌 창의적 문화를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키워가는 것이라는 점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소외됐던 지역문화가 견인차가 돼 이제 문화융성을 완성할 것으로 믿는다. 문화융성은 멀리 있지 않다. 지역문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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